달력이 6월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식물들은 열매를 맺고 키우는데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한달전만 해도 꽃이 주렁주렁 달려있던 키위도
열매들을 키우느라 뜨거운 해를 기꺼이 안는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나의 친정집은 충남 당진.
내가 나고 자랐던 그곳에 다시 내 아이들의 유년이 자라고 있다.
몇 해 전 친정아버지가 심은 포도나무는 손자들에게 인기 만점.
올해도 어김없이 송글송글 포도알맹이들을 달고
스쳐가는 바람을 희롱한다.
주인이 열심히 물을 대는 논에는 벼들이 한들거리고
옥수수며 오가피도 쑥쑥 자라는
뜨거운 한 낮
나물로 먹기 위해 몇 주 키우는 아주까리도 여름볕이 반갑다.
피마자라고도 하는 아주까리는 동백기름에 견줄만큼 좋은 기름이 나며
옛 사람들은 머리를 단정하게 하는데 바르곤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꽃말도 단정한 사랑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재미난 간식거리가 되어주는 블루베리도
한 알 한 알 싱그럽게 익어간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 여름의 문턱 핫아이템은 육쪽마늘!
더욱이 면역력이 가장 큰 화두가 된 요즘,
마늘이야말로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손쉽고 좋은 자연식품이 아닐까 싶다.
가뭄 탓에 큰 걱정이었던 이 녀석들이 '외손주 주먹만씩은 해서 다행'이라
하시니 그 또한 다행이다.
지난 가을, 잘 발효된 퇴비에
흑향미찹쌀을 도정할 때 나온 부산물들을 흙과 잘 섞어준 다음
심었던 마늘이다.
안토시아닌 성분을 비롯한 흑미의 영양분들을 머금은
건강한 육쪽마늘은
현재 기능성 농산물 인증을 계획중이다.
한 알 한 알 손질하며 엮는데만 며칠씩 걸려도
그저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보노라면
농사는 자식을 키우는 일과 매한가지임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깊게 패인 주름 위엔 따가운 볕이 내려앉고
계절은 더 짙은 녹음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여름이 턱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