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51) 유혹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6.25(목) 10:47:2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51유혹 1
 

미소51유혹 2

문무왕을 대면한 김유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부여자진이 거열성으로 향했다고 하오. 어찌하면 좋겠소?”
문무왕의 다급한 물음에 김유신이 답했다. 목소리에는 풀이 죽어 있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폐하.”
김유신의 죄스러움에 문무왕은 답답했던지 다시 재촉했다.

“그건 지금 이야기 할 것이 못되오.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할 것이오. 장군의 생각에는 퇴각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문무왕의 재촉에 그제야 김유신은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두었던 것을 이야기했다.

“어차피 물러날 것이라면 신속히 물러나 금성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오천의 기병을 이끌고 먼저 구마노리성으로 달려가겠습니다. 가서 성을 공격하면 저들도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좋소. 당장 가시오. 한시가 급하오.”
김유신은 오천의 기병을 이끌고 먼저 떠났다. 이어 진춘과 죽지, 그리고 천존이 문무왕과 함께 나머지 신라군을 이끌고 퇴각했다.

신라군이 떠나자 이제 난공불락의 임존성은 유인궤의 몫이 되었다. 임존성을 올려다보며 유인궤는 한 숨부터 몰아쉬었다. 어떻게든 무너뜨려야 했으나 결코 만만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휘날리는 깃발이 그렇게도 눈부실 수가 없었다.

주류성으로부터 전령이 달려왔다. 다급한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흑치상지는 불길했다. 그리고 그 불길함은 곧 정체를 드러냈다.

“장군, 부여자진이 당 군과 내통하다 상잠장군께 발각되어 처형되었습니다.”
“뭐라, 부여자진이?”
“그렇습니다, 장군.”
흑치상지는 머리를 짚었다. 그렇게 믿고 있던 부여자진이 배신을 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까이 듬직하게 있던 그였기에 흑치상지의 충격은 더욱 컸다.

“어찌된 일이냐? 자세히 말해 보아라.”
곁에서 듣고 있던 지수신이 재촉했다. 그러자 전령은 그간의 사정을 보고했다.

부여자진은 유인궤의 유혹에 빠졌다. 자신을 새로운 백제의 왕으로 앉혀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가 시키는 대로 군사를 움직여 신라의 후방을 노리는 척 이동했다. 이에 문무왕은 임존성을 떠나게 되었고 임존성은 유인궤의 차지가 된 것이다. 유인궤는 난공불락의 임존성을 함락시켜 백제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 또한 부여자진과 복신의 관계를 이용해 백제군의 내분을 조장케 하고자 함이었다. 유인궤의 작전은 모두 성공했다.

부여자진의 배신은 임존성 전투의 승리에 찬 물을 끼얹는 소식이 되었다. 흑치상지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고 지수신은 복신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흑치상지를 믿지 말라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던 것이다.

“부여자진이 배신을 하다니, 이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흑치상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깊어가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더욱이 자신과 같은 부여씨였기에 믿음이 컸었다.

“장군, 상잠장군께서 잘못 보았을 리 없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별부장 사타상여가 나서 흑치상지를 일깨웠다. 지수신은 자신의 주군인 복신이 한 일이기에 감히 나서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사타상여가 나서 현실을 이야기하자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여기며 조심스레 한 마디 던졌다.

“중요한 것은 별부장의 말처럼 현실입니다. 지금 임존성 아래에는 유인궤가 우리의 숨통을 노리고 있습니다.”
흑치상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소. 대책을 세우도록 합시다.”
흑치상지는 유인궤와의 전투를 생각하며 부여자진의 일을 잊으려 애썼다. 그러나 불행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부여자진이 복신에게 처형당한지 보름이 지나서 주류성에서 또 다시 전령이 달려온 것이다. 이번에는 복신이었다. 백제의 마지막을 알리는 비보였다.

복신이 도침을 참하고 부여자진마저 처형을 하고나자 불안에 휩싸인 부여풍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했다. 처음 왜에서 올 때부터 자신은 복신의 꼭두각시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도침과 부여자진이 참형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이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해야 했다. 자신도 언제 부여자진이나 도침의 꼴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고만 것이다. 이후로 복신은 드러내놓고 부여풍을 업신여기기 시작했다. 자신도 부여씨라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자 부여풍은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인 나머지 먼저 복신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곧 다가왔다. 복신이 먼저 눈치를 채고 부여풍을 없애기로 작정한 것이다. 복신은 병을 핑계로 부여풍을 불렀다. 그러자 부여풍은 측근을 데리고 복신이 거처하고 있던 동굴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복신을 체포했다.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연재기사]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