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벚꽃을 안 다음해에는 5월에 희귀한 청벚꽃이 있다며 친구를 데리고 개심사를 갔는데 너무 늦게 가서 꽃망울이 떨어진 후 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4월 중순에 개심사에 갔는데, 아직 꽃망울도 생기지 않아 무척 아쉬웠어요. 서울은 이미 벚꽃이 지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청벚꽃이 만개했을 즈음에는 너무 바빠 개심사를 가지 못했구요. 청벚꽃이 핀 것을 상상하년서 얼마나 아쉬워했던지....
작년에는 4월에 참사가 있어.. 그냥 조용히, 지나갔구요. 드디어 올 해... 그 유명한, 개심사 청벚꽃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오, 네가 청벚꽃이구나~! 청벚꽃을 보는 순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첫사랑을 만난 듯 반갑고 기뻤습니다. 몇 년을 벼르고 별러 만났기 때문인가 봅니다. 청벚꽃 줄기 아래 놓인 나무 그루터기는 어른아이 사진을 찍고 가는 개심사의 명소였습니다.
파르스름한 연둣빛을 띤 벚꽃은 청아하게 보였습니다. 연분홍빛을 띤 벚꽃이 소녀처럼 마냥 사랑스럽다면 푸른빛의 청벚꽃은 새초롬한 아가씨처럼 단아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보통 벚꽃보다 꽃송이도 큼직해 탐스럽답니다. 청벚꽃 그늘 아래서 봄기운을 물씬 느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심사에서 내려오는 길 신창저수지에 들렀는데, 신창저수지에서 뜻밖에 멋진 풍경을 보았어요. 재작년에 개심사에 갈 때는 그냥 스쳐지나 갔는데 나무데크를 설치해 놓고, 주변에 예쁜 꽃들이 있어 눈에 띄더군요. 편안하게 걷기에도 좋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은 그런 곳이었어요.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 낮은 언덕을 넘어가면 저수지 안쪽에 운치 있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저수지 가장자리 즈음에 물 속에서 나무들이 쏙 뻗어있습니다. 저수지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라니, 나무들이 푸른 꽃처럼 보였습니다. 물 위에 비친 그림자들이 저수지 물결에 흔들리는 모습도 멋있었어요. 영화 [봄여름가을겨울]에 나와 유명해진 경북 주산지의 물 속 나무처럼 운치 있고 멋졌답니다.
개심사 근처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니.. 뜻밖에 만난 풍경이라 더 인상적이었어요, 신창저수지 초입만 산책하다 돌아갔으면 이 멋진 나무들을 못 보았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