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힘드신 어르신, 몸이 불편한 장애인분, 홀로 사시면서 옷이나 이불을 빨기 어려운 분들께 빨래를 해서 갖다 드리는 기분요? 저희들 마음까지 뽀송뽀송 해지죠. 이 사업을 처음 시작 할때,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은 드릴 수 있겠구나 하면서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니 정말 잘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이걸 우리가 이렇게라도 도와드리지 않았다면 이분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생각하니 그동안 제대로 챙겨 드리지 못한 저희들이 오히려 더 죄송스럽더라니까요. 작은 도움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의 가사노동을 줄이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있다는 점, 따뜻한 사랑을 많은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 김옥이 주민복지팀장님
천안시 청룡동 주민센터(동사무소) 김옥이 주민복지팀장님의 말씀이다.
도민리포터가 청룡동에 간 까닭은 이곳에서 올해부터 거동이 불편한 홀로 사는 노인과 중증장애인, 세탁시설이 없는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새물내’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행정의 최일선에 있는 동 주민센터가 이런분들에게 무료세탁 배달서비스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복지사업도 필요하겠지만 이거야 말로 정말 실속있는 사업이겠다” 싶어 취재를 간 것이다.
▲ 청룡동 주민센터.
▲ 바쁘게 움직이는 주민센터.
사업의 이름인 '새물내'란 빨래를 마치고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향기라는 뜻이다.
원래 순 우리말 ‘내’는 냄새라는 뜻이다. 탄내(불에 탄 냄새)가 나다, 잡내가 나다, 비린내가 나다라고 쓰듯.
거기서 따온 ‘내’로 ‘새물내’라는 사업 명칭을 붙인 아이디어부터 참 좋았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거버넌스, 클러스터, 프로젝트 따위의 외래어 잔뜩 써가면서 사업한다는 것들보다 비교조차 안되게 예쁜 이름이다.
새물내 사업 방식은 독거노인생활관리사나 주민센터 직원이 요청자 가정을 방문해 세탁물을 거둬오고 세탁과 건조를 마친 후 직접배달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이다.
즉 빨래를 해 달라는 요청이 오면 담당자가 직접 그 댁으로 찾아가 빨래를 수거해 가져오고, 다시 다른 직원이 청룡동사무소에서 직접 빨래를 한 뒤 말려서 가져다 드리는 것이다.
빨래를 요청한 분으로서는 전화 한통화로 모든게 다 처리가 될 수 있는 배려이니 이보다 더 고맙고 좋은게 없는 일이다.
그래서 청룡동은 주민센터 2층에 대형 세탁기를 사들여 설치하고 건조시설도 마련했으며 자활사업 참여자를 전담인력으로 배치했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주 5일 운영한다.
새물내 사업이 과연 어떻게 이뤄지는지 눈으로 확인할 시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았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만 같은 낡은 가옥에서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빨래 요청을 해 주셨다.
연락을 받은 담당 직원이 빨래 수거용 가방을 들고 찾아간다.
빨래를 요청하신 할머니로부터 빨래거리만 받아 오는게 아니다. 건강은 어떠신지, 사시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혹시 더 필요한건 없으신지 여쭈며 대민친화적인 행정서비스를 펼친다.
그리고 잠시동안이지만 말벗이 되어 드리기 때문에 무척 고마워 하신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선거법 때문에 그 이상의 도움과 혜택은 드리기 어렵다 한다. 일종의 기부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선거가 아주 깨끗하다면 이런 분들께 드리는 그런정도의 도움은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주섬주섬 옷과 이불 등 빨래거리를 챙겨 싸 들고
주민센터로 돌아와 이번엔 빨래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인계한다.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세제 투입후 스위치 ‘ON’
잠시후 완성된 이불빨래를 꺼내어
직원이 복도의 건조대에 널어 말린다. 보기만 해도 뽀송뽀송.
지난 오랫동안 무겁고 덩치 큰 이불을 달리 빨 방법이 없어 그냥 사용하시던 어르신으로서는 이렇게 새것처럼 탈바꿈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되니 얼마나 좋을까.
▲ 청룡동 주민센터 홍미의 주무관님
이번엔 실무 담당자인 청룡동 주민센터 홍미의 주무관님으로부터 이 사업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새물내 사업을 하다 보니 저희 청룡동 관내 어르신과 행정기관 간에 따뜻한 정을 더 나누고 서로 돕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특히 빨래를 수거하러 가신 직원께 할머니가 반겨 맞으시며 ‘아이고 또 왔네~ 이쁜 사람들만 보면 얼마나 좋은지’라시며 눈물까지 글썽거리시는 분도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힘이 납니다”
작지만 실속있고 꼭 필요한 이런 대민 서비스는 홍미의 주무관님의 이야기처럼 사회 분위기마저 훈훈하게 해 주는 데 크게 일조할 것 같다.
다 마른 빨래를 가져다 드릴 시간.
이번엔 그보다 먼저 빨아서 말린 다른 가정의 할머니께 빨래를 가져다 드리는 일이었다.
앞서 빨래를 수거해 온 할머니보다 젊으신 분이었다. 빨래를 들고 온 직원을 무척 반갑게 맞으며 얼굴에 고마워 하시는 빛이 역력하다.
역시 그냥 빨래만 전해 드리고 돌아오는게 아니다. 한동안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며 필요한게 더 있는지 여쭙기도 한다.
지금까지 본 이런 과정을 통해 새물내 사업이 진행되는데 이 사업은 올해 12월까지 1년 내내 시행될 예정이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꾸준히 계속할거라 한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냥 한 1년만 하고 정리할 사업이 아니었다.
정말 꼭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