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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겨울철 짚풀공예로 농한기를 행복하게...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마을 어르신들의 행복한 겨울나기 현장을 찾아

2015.02.16(월) 01:26:36 | 김진순 (이메일주소:dhjsdk44@hanmail.net
               	dhjsdk4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사는거 뭐 있능가. 이렇게들 모여서 자식 새끼덜 크는거 얘기하구, 테레비 보믄서 세상 돌아가능거 얘기 하다 보믄 벌써 해 떨어지는걸” (최용웅 노인회장님)
 
“짚푸레기가 지금은 안쓰여도 옛날에는 전부다 이거만 썼어. 삼태미(삼태기), 멍석, 짚신발, 망태 그런거 다 말여... 인자는 사람덜이 다 잊어 먹었어두 우리덜 솜씨는 그대로여. 한번 봐봐. 안그려?”(최진규 어르신. 87세 최고령)
 
“노인네덜이 나이 먹어서 할 수 있게 뭐 있간디. 이렇게 앉아서 옛날 솜씨 내는게 최고지. 이건 요세 젊은애덜이 하고 싶어도 못혀. 우리같은 늙은이덜이나 허지. 옛날 솜씨를 활용할 수 있으닝께 노인네덜 소일거리로는 그만여. 그라고 여기서 때꺼리(식사)도 다 함께 모여서 하닝께 여간 좋아? 심심풀이로 짚풀을 엮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러”(홍종유 어르신)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마을에 가면 이 마을 어르신들의 모임인 노인회에서 10여명의 어르신들이 겨울철마다 이렇게 짚풀공예품을 만드시면서 세월의 흐름을 하루하루 즐겁게 바라보고 계신다.
 
겨울철 농한기라 할 일 없는 농촌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정자리 마을 어르신들은 이 겨울철을 무료하고 재미없게 보내고만 계시지 않는다.
즉 농한기마다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느 경로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마을회관 겸 경로당에 모여 짚풀공예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정자리 어르신들

▲ 마을회관 겸 경로당에 모여 짚풀공예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정자리 어르신들.
 

어르신들이 만들어 전시해 놓고 계신 짚풀공예품들.

▲ 어르신들이 만들어 전시해 놓고 계신 짚풀공예품들.
 

모범 경로당으로 뽑혀 상패까지 받으심.

▲ 상상엑스포 참가 표창패와 모범 경로당으로 뽑혀 받으신 표창패.


벼 베고, 콩 타작 마친 뒤 가을걷이가 끝난 11월 늦가을부터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는 이듬해 4월 초까지 이렇게 정자리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모여 옛 솜씨를 되살리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이분들이 만드는 작품은 짚신 외에 멍석, 삼태기, 맷방석(맷돌 방석), 크기가 다른 여러 종류의 바구니 등 대부분 전통 생활도구들이다.
그럼 이 솜씨 좋은 공예품들은 전부다 어떻게 할까?
어르신들이 정성들여 만든 완성된 짚풀 공예품은 전문 수집상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가며, 판매 수익금은 경로당 운영비로 쓰거나 마을발전기금, 혹은 불우 이웃돕기에 보내주신다.
 
작년 8월에는 마을 어르신 10여분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상엑스포에 직접 참가해 짚풀공예 솜씨를 전국에 자랑하기도 했다.
 

경로당에서 짚풀공예를 하시는 분들중 87세 최고령이신 최진규 어르신

▲ 경로당에서 짚풀공예를 하시는 분들중 87세 최고령이신 최진규 어르신


도민리포터의 질문 “할아버지, 이거 하나 만드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마을 경로당에서 짚풀공예를 하시는 분들중 최고령이신 최진규 어르신의 말씀 “한 여덟시간 걸려. 빨리 하믄 일곱시간도 걸리기도 혀”
 
우와~
짚풀공예. 말로만 듣던거와 다르지 않다. 오로지 짚을 이용해서, 어떤 기계적 도움도 받지 않고 손과 발을 이용해서만 만드는 수공예품이니 그정도 시간은 기본으로 걸린다고 한다.
 

왼종일 짚을 만지다 보면 손이 부르트기도 하고...

▲ 왼종일 짚을 만지다 보면 손이 부르트기도 하고...
 

때론 멍이 들어도... 다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것만으로도 기쁘다 하신다.

▲ 때론 멍이 들어도... 다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것만으로도 기쁘다 하신다.


“이 지푸레기 한번 만져봐. 아주 까칠까칠 허지? 하루 왼종일 이걸 만지고 있으면 손바닥에 멍이 들고 허물도 베껴진다닝께. 그래도 우덜은 재밌어. 소일거리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허니께”
 
어르신들은 연신 밝은 표정으로 도민리포터에게 말씀을 전해 주신다.
이조차도 없으면 그 긴긴 시간 뭘 하며 있겠냐는 말씀도 공감이 가지만, 취미삼아서 혹은 당신의 솜씨 아니면 요즘 젊은이들중에는 이런 공예품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중한 작품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빗자루를 만들고 계심

▲ 빗자루를 만들고 계심
 

새끼를 꼬고 계시는 중

▲ 새끼를 꼬고 계시는 중
 

짚신을 삼는 중

▲ 짚신을 삼는 중
 

완성된 호리병

▲ 완성된 호리병
 

겨울철짚풀공예로농한기를행복하게 1

▲ "망태 완성이요!"
 

겨울철짚풀공예로농한기를행복하게 2

▲ "이건 새끼 삼태기요!"
 

겨울철짚풀공예로농한기를행복하게 3

▲ "어린 아기 짚신이요!"
 

겨울철짚풀공예로농한기를행복하게 4

▲ "다 꼰 새끼줄이요!"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에 있는 짚풀공예품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알면 우리 정자리 어르신들의 공예품에 더욱 정감이 갈수밖에 없다.
 
현재 정자리 마을에는 37호의 가구수에 75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계시단다. 그중에 노인회원은 남성 26명, 여성 21명 총 47명이시라고.
이분들이 모여 짚풀공예를 시작한건 벌써 9년째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정말 소일거리 삼아 만들었는데 누군가 이걸 한번 팔아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만들어 놓기만 하면 별로 의미가 없을듯 하여 서울에 가 있는 아들딸들에게도 소문을 내어 직장 동료 선후배들에게 한두개씩 팔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지역 축제때도 조금씩 내다 팔고, 수덕사 매점과 해미읍성에도 납품을 하셨다.
워낙 좋은 솜씨에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만든 것이다 보니 인기가 높아 판매수익금도 늘어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판매용으로만 생각하면 너무 각박하고 힘이 들어 지금은 정말 즐기면서 심심풀이로 만들고 있다.
또한 중국산이 워낙 많이 들어와 가격경쟁이 되지 않으니 판매에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도 편하고 지금은 그저 자꾸만 잊혀져 가는 소중한 우리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짚풀공예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마음을 나누다 보면 해가 가는 줄 모르신다고...

▲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마음을 나누다 보면 해가 가는 줄 모르신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실 하나 더.
 
현재 서산시 해미읍성에 가면 각종 전통민예품 혹은 전통 삶의 현장을 재현하는 코스가 있다. 다듬이소리 내는 곳, 한지공예, 삯바느질, 짚풀공예 등.
그런데 이중 해미읍성 내 짚풀공예 코너에서 그것을 실연(實演)해 주고 계신분들이 바로 이 고북면 정자리 어르신들이라는 사실.
그분들은 최진규 어르신, 김세환 어르신, 허제숙 어르신 이렇게 3분이시다.
다음에는 그 현장에서 이분들을 뵈어야겠다.
 
현재 세종시의 경우 아예 전동면에서는 짚풀공예사업단까지 만들어 전국대회에 출품도 하고 입상했다는 뉴스가 나온적도 있었다.
또한 경북 안동에서는 짚풀공예 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정자리 마을회관

▲ 정자리 마을회관
 

정자리 마을 전경

▲ 정자리 마을 전경


우리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어르신들의 짚풀공예와 다른 자치단체의 이런 비슷한 노력들 역시 결국엔 고령화 사회에 또 하나의 ‘대안활동’이라 보면 좋을듯 하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소일거리가 없고, 육체적으로 힘이 부치는 농삿일을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같은 대안활동이 중요하다.
 
정자리 어르신들은 자생적으로 짚풀공예를 통해 노년에 즐길거리를 만들어 활용한 것이지만, 다른 마을에서도 어떤 무엇이든 이렇게 다같이 모여 웃고 즐기면서 지낼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고북면 정자리 어르신 모든분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시고 만수무강, 장수하시길 기원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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