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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1) 야차 ‘지수신’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2.02(화) 11:22:4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31야차지수신 1

미소31야차지수신 2

“물러나라! 물러나 소책으로 퇴각하라!”
지수신의 명령에 백제군은 즉시 몸을 돌려 물러났다. 일사분란 한 백제군의 퇴각에 신라군은 우왕좌왕하다가는 우르르 뒤쫓았다. 누런 먼지가 구름처럼 일고 군사들이 개미처럼 이어진 채로 산기슭으로 향했다. 이어 곳곳에 세워진 소책에서는 또 다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근접전이었다. 

그러나 넓은 들판에 세워진 대책과는 달리 험준한 산악지형에 의지해 서있는 소책은 수적으로 우세한 신라군이라서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군사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효율적인 공격이 되지 못했다. 화살과 쇠뇌에 신라군이 연이어 쓰러졌고 긴 창에 신음하는 군사들이 속출했다. 일부 용맹한 백제 싸울아비들은 소책을 나가 험준한 지형을 방패삼아 신라군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앞장 선 장수 지수신은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써 마치 지옥의 야차가 지상으로 올라온 듯 했다.

“당나라의 개들아! 오너라! 이 지수신이 모두 황천길로 보내주마!”
질끈 동여맨 머리띠가 붉은 피로 흠뻑 물든 가운데 지수신의 붉은 입에서는 연신 쉬지 않고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은빛 칼에서는 연이어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수신의 앞으로는 텅 빈 공간이 저절로 열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찬 신라군이 저절로 길을 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임존성의 백제 군사들과 백성들은 지수신을 연호하며 환호를 보냈다.

이어 지수신의 뒤를 따라 백제의 용맹한 싸울아비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신라군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당황한 신라군은 언덕 아래로 밀리며 돌아섰다.

“저 자가 누구냐?”
신라의 문무왕은 곁에 있던 김유신에게 물었다.

“복신의 심복인 지수신이라는 장수입니다.”
“우리 신라에는 저런 장수가 없단 말인가?”
문무왕의 입으로부터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곁에서 듣고 있던 김유신이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곧 전세가 좋아질 것입니다. 저까짓 군세야 지형지물을 이용한 일시적인 상황일 뿐입니다.”
“전투는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소. 저들의 군세로 보건데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소이다.”
김유신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무언가 대꾸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끝내 동의하고 말겠다는 것인지 더 이상 입을 열지는 않았다. 

지수신은 야차와도 같은 모습으로 신라군을 유린했다. 그러나 더 이상 나아가지는 않았다.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러나라! 소책으로 물러나라!”
물러나라는 지수신의 명령에 백제군은 또 다시 일사분란 하게 움직여 소책으로 물러섰다. 훈련이 잘 된 백제군은 신라군을 농락하듯이 밀어내고 물러나고를 자유자재로 했다.

약이 오른 천존과 진춘은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그냥 물러서지도 못했다. 군사만 잃고 그냥 물러선다는 것이 어제의 치욕과 더불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계속하자니 그 또한 승산이 없는 일이었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신라 본진에서 북소리가 울려왔다. 물러서라는 것이었다.

“물러서라는 명령이오.”
천존은 지옥에서 지장보살을 만난 듯 반가운 소리로 진춘에게 말했다. 그러자 진춘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 퇴각명령을 내렸다.

“퇴각하라!”
한 마디를 남기고 진춘은 몸을 돌렸다. 뒤이어 천존도 몸을 돌려 물러났다. 임존성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백제 만세, 백제군 만세!”
연이은 환호에 연과 초림은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었다.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살갗에 돋는 소름이 백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절로 느끼고 있었다. 푸른 소나무도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갈참나무도 더욱 선명한 빛깔로 조화를 이루어 가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 멋있을까?”
초림은 손을 가슴에 얹은 채 백제군을 사모했다.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는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겠지?”
연의 말에 초림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말하면 무엇해. 이제 지수신 장군님이나 사타상여 별부장님, 이름만 들어도 신라 놈들 오금도 펴지 못할 걸.”
백제 백성들은 성 아래를 굽어보며 물러나는 신라군에게 야유를 퍼부어댔다.

“동족을 원수로 여기는 놈들이 무슨 염치로 예까지 와서 겁박을 하려 드느냐. 썩 물러가라 이놈들!”
“당장 물러가라. 물러가 발이나 씻고 낮잠이나 자거라. 이 신라 놈들!”
온갖 야유로 물러나는 신라군을 농락한 백제 백성들은 곧이어 성문으로 들어서는 지수신 장군을 환호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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