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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0) 혈전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1.19(수) 17:21:4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30혈전 1


미소30혈전 2

“오늘은 이만 하기로 한다. 앞으로 시간은 많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의 것이다.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우리가 낭패를 볼 수 있다. 급 한건 저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말을 돌려라!”
김유신은 오천 기병을 다시 돌렸다. 임존성 안에서는 환호성으로 산이 무너질 듯 했다.

“신라 놈들이 물러간다. 별부장 만세!”
“그럼 그렇지. 제깟 놈들이 별 수 있어. 우리 별부장을 어떻게 보고.”
백제 군사들과 백성들은 첫 대결에서 승리한 사타상여를 연호했다.

“과연 사타상여로다!”
흑치상지도 사타상여를 연신 입에 올리며 칭찬해마지않았다.

“그것 보십시오, 장군.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저리 해야 했습니다.”
지수신의 껄껄웃음에 흑치상지도 마주 웃었다. 이어 흙먼지로 뒤범벅이 된 사타상여가 말을 탄 채 북문으로 들어섰다.

“별부장, 수고했네.”
흑치상지는 사타상여를 격려하며 물그릇을 건넸다. 목이 탔던지 별부장은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 댔다. 그리고는 입술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놈들의 진영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군기도 바로 잡혀 있는 것이 과연 김유신이란 이름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타상여의 말에 흑치상지도 지수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이미 예상했던 일이 아닌가?” “허나 생각보다 더 깐깐했습니다.” 지수신의 입술이 질끈 깨물려졌다.

“까짓 놈들 올 테면 오라고하지. 어차피 한바탕 붙어야 할 것. 아주 화끈하게 붙어주자고.”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지수신은 산 아래 신라 진영을 노려보며 고리눈에 불꽃을 튀어댔다. 

이튿날 아침부터 신라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김유신은 어제의 치욕을 만회하고자 군사를 내보냈다. 기병 삼천에 궁수와 도부수 그리고 창수를 선발대로 내보낸 것이다.
선봉은 죽지였다.

“궁수는 앞서라!”
죽지의 명령에 궁수 천명이 일제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시위에 화살을 먹였다. 대책을 향해 먼저 기를 죽이자는 작전이었다. 이어 화살이 하늘을 덮을 듯 새까맣게 날아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대책 안에 웅크리고 앉은 백제 군사들은 날아오는 화살소리에 질겁해야 했다. 이어 둔탁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울려댔다. 화살이 박혀드는 소리였다.

“잠시 기다려라. 적의 화살이 멎을 때까지 전방을 주시하라.”
지수신은 몸소 대책까지 내려왔다. 신라군의 공격에 내려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비 오듯 쏟아지던 화살이 일순 멎었다. 그리고 신라진영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대책을 허물라!”
죽지의 명령에 이번에는 날랜 기마병이 앞장 서 돌진했다. 대책을 허물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적의 갈고리를 끊어라!”
지수신도 지지 않고 외쳤다. 기마병이 갈고리로 대책을 얽어 잡아 다니면 갈고리 끈을 끊어버리라는 것이었다. 말의 울음소리와 군사들의 함성소리로 임존산 아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임존성의 백제 백성들과 군사들도 함성소리로 대책 안의 백제군을 도왔다.

먼지가 일고 바람이 휩쓰는 대책 안에서 지수신은 군사들과 함께 적의 갈고리를 끊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신라군의 도부수가 다가오고 창병이 뒤에서 받치자 수적으로 열세에 놓인 백제군은 점점 불리해졌다. 일부 대책이 무너지고 있었다. 지수신은 당황했다. 그러나 물러 설 수는 없었다. 그건 백제의 자존심이자 지수신의 목을 내놓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
지수신은 대책을 나섰다. 그의 뒤를 용맹한 백제의 싸울아비들이 따랐다. 이어 근접전이 펼쳐졌다. 지수신은 마치 야차와도 같이 신라군을 도륙했다. 이내 피가 튀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전열을 갖추며 서서히 신라군을 몰아냈다. 둥근 원이 열리고 대책 앞으로 백제 군사들의 진이 펼쳐졌다.

신라의 도부수도 창병도 무지막지한 힘에 그만 서서히 밀려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수신은 뚫린 대책을 향해 적을 밀어냈다. 백제의 용맹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죽지는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목이 터져라 외쳐댔지만 백제군의 용맹함과 날렵함에는 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대책은 다시 막혔고 신라의 기병은 다른 곳을 허물었다. 지수신은 사력을 다했으나 연이어 뚫리고 있는 대책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수적으로 열세인 현실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현실이었다.

뚫린 대책으로 신라군이 물밀 듯이 밀려들자 지수신은 눈물을 머금고 퇴각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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