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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내가 청승을 떠는 까닭

앞으로도 청승맞을 행동 멈추지 않을 터

2014.09.25(목) 21:32:23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냉동실의 냉동 밥입니다.

▲ 냉동실의 냉동 밥입니다.


이틀은 주간으로, 이어 또 이틀간은 야간근무를 합니다. 주간근무의 경우엔 회사 직원식당이 있으므로 점심은 사 먹어서 좋지요. 가격도 착해서 한 끼에 고작 2,500원입니다.
 
그렇지만 음식의 질과 양이 푸짐하기에 언제나 만족이죠! 또한 쌀부터 음식의 얼추 대부분이 특정한 것 말고는 신토불이로만 구성되어 있어 금상첨화입니다.
 
헌데 야근의 경우엔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2시 이후론 서둘러 청소와 설거지 따위들을 마치고 식당 팀 직원들이 죄 퇴근하는 까닭에 저녁밥과 야식(夜食)까지도 따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야식’이라고 하니까 제법 근사한 뉘앙스까지를 풍기는 듯 보이기에 서둘러 ‘해명’하겠습니다. 야식이라고 해봤자 늘 그렇게 냉동 밥에 컵 라면이 전부인 때문이죠. 그럼 ‘냉동 밥’의 정체부터 살펴볼까요?
 
집에서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이 하루가 지나면 주걱으로 퍼서 모아둔 1회용 밥 용기에 담습니다. 이어 그 밥이 식으면 냉장고의 냉동실에 넣지요. 그렇게 하여 꽁꽁 언 밥이 바로 ‘냉동 밥’인 것입니다.
 
이를 가방에 넣어 출근한 다음엔 경비실의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가 시간이 되면 전자레인지에 3분간 가열하여 먹는 것이죠.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제 직업인 경비원의 급여가 워낙에 박봉인 때문입니다.
 
따라서 늘 약으로 사는 고삭부리 아낙인 아내의 바라지만으로도 힘에 겹습니다. 하여간 이 같이 어떤 자린고비 행각을 보이는 건 분명 알뜰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알뜰하다’는 어떠한 일이나 살림을 정성스럽고 규모 있게 하여 빈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참되고 지극하다는 의미도 있죠. 반면 이 ‘알뜰’의 대척점엔 ‘청승(맞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즉 ‘궁상(窮狀)스럽고 처량하여 보기에 언짢은 태도나 행동’ 말이죠. 그래서 첨언(添言)하는데 저와 같이 몹시 청승을 떠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바로 ‘청승주머니’입니다.
 
지난달에 막역한 선배가 사무실을 내고 삼고초려의 부탁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쉬는 날엔 선배의 사무실에 나가 투잡 성격의 알바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오늘까지 약 30만 원의 가욋돈을 벌었죠.
 
여기에 20만 원을 얹어 지난달에 이사를 하느라 친구에게 빌린 돈 50만 원을 오늘 드디어 갚았습니다. 때문에 그 빚의 변제 중압감으로 말미암아 다소 억눌렸던 마음도 다리미로 편 듯 반듯하네요.
 
다음 달엔 아내와의 결혼 33주년 기념일 외에도 최근 이사를 한 아들의 집에도 찾아가 봐야 합니다. 아내와 여행을 하자면(건강이 안 좋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또한 아들의 집들이에 뭐라도 사다주자면 알바를 열심히 해서 돈을 더 모아야 합니다.
 
따라서 청승의 짓거리를 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밤 열 시에 냉동 밥을 데워 컵라면과 먹노라면 먹먹한 자괴감(自愧感)까지 드는 걸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하는 수 없는 노릇인지라 앞으로도 청승맞을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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