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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기다리란 말인가

2014.05.02(금) 14:34:27 | 충남농어민신문 (이메일주소:sambongsan8549@hanmail.net
               	sambongsan8549@hanmail.net)

김후용(서해중앙교회 담임목사)논설위원의 기고문이다. -편집자 주 

선장 '기다려 달라'
정부 '기다려 달라'


세월호사고 당일인 지난 4월16일 오전 8시 52분. 안산 단원고 최덕하 군은 119버튼을 눌러 “살려달라”고 외쳤다. 구조요청을 받은 소방본부는 목포 해경으로 전화를 연결했고 3자 통화가 시작된다.

해경은 “경도와 위도를 말하라”라며 배의 위치를 물어 시간을 허비했다. 최 군은 23일 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 군 말고도 구조요청 전화를 한 세월호 승객은 모두 23명. 최군이 전화를 건 직후부터 시작해 9시 23분까지 승객들의 구조전화가 폭주한 것이다.

세월호 선장이 배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를 해경에게 한 시각은 8시 56분. 최 군보다 4분 늦게다.

배가 급히 기울고 있었다. 더 기울어지기 전에 빨리 승객들을 갑판으로 대피시키고 구명 장비를 작동시켜야 했다. 승객들이 배를 떠날 수 있도록 선장은 사태를 지휘해야 한다.

선장은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 현재 위치에서 기다려라”는 엉뚱한 지시를 내린 것이다. 배가 60도 이상 기울어 아수라장이 될 때까지 ‘탈출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이 “기다려라”는 말을 믿고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살려달라, 무섭다”고 외치는 동안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은 배에서 빠져 나갔다. 9시 50경이었다. 세월호 최초 구조자들은 선원과 기관사들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구조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고,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할 무렵 언론들은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보도를 연신 내보냈다.

오후 4시 30분. 중대본은 “구조자가 368명이 아니라 164명”이라고 정정한다. 이럴 수가 있나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구조자를 이중으로 계산해서 생긴 착오”라고 해명했다.

실종자와 구조자수가 8번 번복되고 “선체진입 성공”이 “실패”라고 정정되는 등 구조작업은 엉망진창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몸부림에 정부가 내놓은 답변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가 고작이었다.

정부에게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태’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책임회피의 일성은 세월호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들을 ‘살인마’에 비유했다.

자신은 세월호 참사와 무관할 뿐더러 사태를 책임질 입장에 있지도 않다는 얘기다.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고, 대통령은 무너진 위기관리시스템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왔다. 선장을 ‘살인마’에 비유한 대통령이건만 정부 시스템이 침몰하자 신속하게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의식을 잃기를 반복하는 실종자 가족들은 바다를 향해 통곡한다. 이에 정부는 녹음기 틀어 놓은 듯 “기다려 달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라는 말인가. 선장은 “기다려 달라”는 말로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할 기회를 앗아갔고, 정부는 “기다려 달라”는 말로 구조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놓쳤다. '기다려 달라'는 결국 죽음을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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