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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6) 화문을 만나다

2014.03.05(수) 13:04:2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6화문을만나다 1
 

미소6화문을만나다 2

단은 얼른 알아듣고는 앞에 있던 시신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시퍼런 물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도적들은 킬킬거리며 일제히 짐 위로 올라앉았다. 단에게 시키고는 모두 구경을 하자는 것이었다. 단은 지옥에 떨어져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을 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곧 죽음의 칼날이 내리쳐질 것이다. 단은 눈물을 머금고 상단 사람들의 시신을 하나씩 하나씩 바다에 던져 넣었다. 상단주 송천과 승월아재의 시신을 던져 넣을 때는 죄책감으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온 몸이 피로 물든 단은 처절한 자신의 모습에서 진한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그 분노를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안으로 깊숙이 사려 넣어야했다. 그래야만 한 줄기 목숨이나마 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배는 어느새 섬에 닿아 있었다.

바위로 둘러싸인 섬은 숲이 우거지고 해안가 절벽이 막아서 천혜의 요새였다. 섬 안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자리한 포구는 거친 파도와 폭풍에도 배를 안전하게 정박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음산한 바람이 이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포구에는 이미 많은 도적의 무리들이 나와 있었다. 새로운 전리품을 맞이하러 나온 것이었다. 하나같이 거칠고 험악해보였다. 그런데 그런 도적의 무리들 앞에 처량한 모습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깡마르고 초췌한 모습들이었다. 한 눈에 보아도 도적의 무리들과는 다른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적의 무리들이 뭐라 지껄이자 그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배에 올라서는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단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임에 분명해 보였다. 목숨을 부지해 도적들의 손발 노릇을 하는 신세로 전락한 사람들임에 분명했던 것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지껄여대는 도적의 호통에 단은 흠칫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손짓에 무슨 말인지 곧 알아들었다.

단은 부리나케 사람들과 함께 짐을 날랐다.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옮기면서 단은 주위를 살폈다. 차림새로 보아 한 두 곳에서 잡혀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차림새로 보아 같은 백제사람 임에 틀림없었다. 반가움에 단은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혹시 백제 분이 아니십니까?”
단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은 반가웠다. 그러나 곧 입을 다물어야했다. 도적이 호통을 쳐댔기 때문이다. 사내는 흠칫하며 물러섰고 단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도적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입을 다물라고 충고를 주었다. 서로 말을 못하게 했던 것이다.

짐을 나르며 도적들의 본거지에 들자 요새와도 같은 산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숲 속에 자리한 산채는 포구와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바다로 나가고 들어오기 편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단은 처참한 신세에 한 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이제 언제 이 섬을 벗어날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득한 신세에 눈앞이 그저 깜깜하기만 했다.
짐을 나른 포로들은 다시 감옥과도 같은 산채에 갇혔다. 그곳에서 단은 사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사비성에서 온 화문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이리로 오게 되었습니까?”
사내의 물음에 단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초지종 설명했다. 그제야 화문이란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장안으로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바다 위를 헤매다 그만 이리로 잡혀오게 되었습니다.”
“상단에 계신 분이신지요?”
단의 물음에 화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무언가 말하기 곤란해 하는 듯도 했다. 단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지요?”
또 다시 묻는 단의 물음에 화문은 자신이 아는 대로 설명을 했다. 장강에서도 한 참 떨어진 바다에 있는 섬이라는 것과 당 조정에서도 골치 아파하는 바다도적의 무리들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기회를 보아 탈출을 할 것이라는 것 등이었다.

“탈출이라니요?”
화문의 말에 단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가능하냐는 물음이었다. 화문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다른 포로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들의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빙 둘러 앉아 놀이를 하는가 하면 손짓 발짓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밤에 일을 하러 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 무리에서 벗어나 포구 옆 숲에 숨었다가 작은 배를 타고 떠나면 됩니다. 그런 때가 종종 있어요. 기회만 잘 잡으면 가능합니다. 포구는 북쪽을 바라보고 있어 그 곳으로 곧장 가면 해안가에 도착할 겁니다. 여기서 그리 멀지가 않아요.”
“그런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단의 물음에 화문은 다시 주위를 둘러본 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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