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장 맛보고 딸 준다' 는 속담
장독은 한여름에 구워낸 걸로 옹기장수의 나이가 홀수일 때 사 놓은 항아리를 쓴다. 이때 길게 잘라낸 한지에 불을 붙여 잘 씻어 말려 둔 항아리 속에 집어넣는다. 불기운을 대어 잡균을 없애기 위해서다.
다음 장독에 잘 씻은 메주와 소금물을 붓고 나면 숯과 붉은 고추와 참깨를 넣는다. 숯은 잡균을 멀리하게 하고, 고추는 색깔이 진하게 우러나고 매운맛을 내 달라고, 참깨는 고소한 맛을 내달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이 때 단맛을 내기 위해 대추를 넣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의식이 남았다.
왼쪽으로 꼬은 새끼줄에 숯과 빨간 고추를 엮어 장독의 목에 금줄을 두르고 한지로 본을 뜬 버선발을 장독 옆면에 거꾸로 붙힌다.
잡귀나 부정을 타지 말라는 미신이라 하지만 벌레의 접근이나 습한 기운을 막는 효과가 있다하니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장을 담근 뒤 40~50일이 되면 드디어 맑은 장물을 떠서 달여 간장을 만든다고 한다.
“광에서 인심 나고 장독에서 맛난다”는 속담처럼, 장맛을 잃으면 식구들이 밥맛을 잃을 것이요 밥맛을 잃으면 건강을 해칠 것이니, “되는 집안은 장맛도 달 것”이요,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는 게 다 허투루 생긴 말이 아닐 성싶다.
새벽이면 뚜껑을 열어 새벽공기와 아침볕을 쪼이고, 저녁이면 밤이슬을 단속하고 언제나 장독을 깨끗이 닦아 잡균이 들지 않도록 정성으로 돌본다.
정성으로 담그는 ‘정월 장(醬).’
봄기운 가득 담아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는 장으로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