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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4) 바다도적

2014.02.20(목) 21:14:5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4바다도적 1


“이상한데. 비조도는 섬이 하나가 아니잖은가?”
상단주 송천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천판노인이 맞받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멀어도 저렇게 보일 리는 없는데.”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떠내려 왔단 말인가?”
상단주 송천이 실눈을 뜬 채 바다를 바라보았다. 사람들도 모두 손을 놓은 채 섬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건 비조도가 아닙니다.”
승월아재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거들고 나섰다.
“그렇다면 어제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밀려왔단 말이로군.”
“아무튼 육지가 가까워오니 일단 준비들을 하게.”
상단주 송천은 사람들을 재촉해 하역준비를 시켰다. 그리고는 뱃전에 서서 뱃길을 지시했다.

상단선이 가물거리는 섬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멀리서 또 다른 점이 포착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섬이 아니었다. 또 다른 배였다. 한 두 대도 아니었다. 무리를 이룬 선단이었다. 상단주 송천의 눈이 찌푸려졌다.

“배를 멈춰라!”
상단주 송천의 다급한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예감이 이상하다. 저 앞을 봐라!”
상단주 송천의 가리킴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앞을 향했다. 넘실거리는 검은 파도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무언가가 눈에 잡혔다. 그리고 그제야 파도를 가르며 달려오고 있는 그것이 한 무리의 선단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졌다.

“바다도적이다!”
승월아재의 외침이 나오기 무섭게 사람들의 동요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단은 오금이 저려왔다. 말로만 듣던 그 바다도적을 만났기 때문이다.
“뱃머리를 돌려라! 최대한 빨리 벗어나자. 그리고 나머지는 무기를 들어라!”
상단주 송천의 다급한 목소리에 단은 더욱 겁이 났다.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일부는 노를 젓고 또 일부는 무기를 들어 바다도적에 맞설 준비를 했던 것이다.

돛이 부풀고 뱃머리가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힘찬 어깨가 연신 노를 바쁘게 움직여댔다. 배는 바람과 노의 힘으로 더욱 빨리 파도를 갈랐다. 그러나 뒤쫓아 오는 의문의 선단은 그보다 더욱 빨랐다. 말 그대로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간격이 좁혀지자 나부끼는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흰 바탕에 불꽃이 선명하게 그려진 깃발이었다.
“해화(海火)다!”
천판노인의 입에서 다급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목소리는 두려움에 크게 떨리고 있었다.

해화단(海火團), 당과 백제의 무역선을 습격하는 악랄한 바다도적이다. 다른 어떤 바다도적보다도 규모가 크고 질적으로 나빴다. 물품을 빼앗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죽였기 때문이다. 당 조정에서도 골치 아픈 존재였다. 소탕하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워낙 빠르고 날렵해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바다를 잘 알고 정보도 빨랐다.

“큰일이다. 서둘러라!”
상단주 송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그러나 짐을 잔뜩 실은 무역선이 도적단의 가볍고 빠른 배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얼마지 않아 따라잡히고 말았다. 순식간이었다. 거리가 바짝 좁혀지자 요란한 북소리와 고함소리로 넓은 바다가 뒤덮였다. 단은 정신이 없었다. 두려움이 머릿속을 지배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활을 들어라!”
상단주 송천은 마지막 선택을 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끝까지 저항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망설였다. 해화단의 악랄함을 들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들에게 걸린 이상 어차피 죽음뿐이다. 그럴 거라면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리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자.”
상단주 송천의 외침에 상단 사람들은 이를 악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택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너무 많았다. 작은 배지만 다섯 척이나 되었고 도적들도 모두 사오 십 여인이나 되었다.

가량선의 옆에까지 바짝 붙은 도적들은 손짓을 하며 연신 무어라 소리를 질러댔다. 배를 멈추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량선은 도적선이 붙는 것을 방해하며 계속해서 바다 위를 맴돌았다. 작은 배는 큰 무역선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상단 사람들은 숨겨두었던 활을 들었다. 그리고는 바다도적들을 향해 겨눴다. 놀란 도적들은 방패를 들었고 이어 그들도 활과 쇠뇌를 들었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쏘아대기 시작했다. 바다 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단은 혼이 나가 인삼 꾸러미 뒤에 몸을 숨겼다. 전쟁터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죽음이라는 것은 더 더욱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그런 것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파도가 눈앞에 일어설 때까지만 해도 두렵기는 했지만 이런 공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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