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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미움의 재를 안고 통곡해도

2013.07.09(화) 18:11:15 | 이석구 (이메일주소:hsklske239@naver.com
               	hsklske23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미움의재를안고통곡해도 1

 


하늘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더할 수 없는 비참함에 숨이 막혔다.
세상 아무 것도 없고 그저 하얗게만 보였다.
 
미워하던 장서방이 쓰러졌다. 급성심장마비로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가 버렸다.
세상에 단 한번뿐인 생명이 이렇게 무참할 수 있는가.
 
가난, 가난 때문에 장모의 반대와 미움, 설움으로 눈치 보며 살다가 이제 겨우 살만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가 버렸다.
잠자는 듯이 고요한 그의 얼굴에 북받쳐 오르는 설움으로 가슴 치며 울부짖었다.
 
딸 자식 실력이 출중해서 훌륭한 신랑감을 만날 줄 알고 기대가 컸다. 혼기를 놓친다고 안달하는 어머니를 달래며 좀 기다리라던 딸이 드디어 한 젊은이를 데리고 왔다.
기죽은 푸수수한 모습에 말이 없었다. 대번에 넉넉지 못한 집안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속을 끓이며 고개를 저었다. 사랑하는 딸아, 결혼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대사인데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한번 잘못 선택하면 평생을 고생하고 후회 원망을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깊이 생각해서 행복치 않을 것 같으면 지금 마음 굳게 먹고 딱 물리쳐야 한다.
 
만날 때마다 설득하고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남녀간의 정이란 한번 불붙으면 끌 수 없고 말리면 더욱 애착심으로 매달리는가 보다.
봄 가고 겨울 오고 세월이 흘렀다. 딸의 마음은 바위처럼 굳어져서 변함이 없었다.
 
세상 자식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 참으로 진리인가 보다. 혼기 놓칠까봐 애태우던 어머니가 드디어 마음을 접었다. 그래서 장서방을 받아 들였다.
걸걸하고 활달한 사위를 바랬으나 모든 것이 운명인가 보다. 그래도 내 식구를 만들어야지 했지만 마음이 허전하고 낙낙치 않았다.
 
장서방은 그림에 다분히 소질이 있어서 예능대를 나왔으나 할 일이 그리 마땅치 않았다. 살림을 차리고 미술 지도를 했으나 생활이 넉넉지 않았다.
 
장모는 속이 상해서 딸을 돌보지 않고 지냈다. 명절 때면 딸 내외가 찾아왔지만 그저 밥이나 먹고 가는 정도로 탐탐치 않았다.
장서방은 항상 눈길도 제대로 못 주고 숨죽이다가 그냥 쓸쓸히 떠나곤 했다. 참으로 영특한 딸이 시원치 못한 사람을 만나서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면 속상해서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얼마 후 딸을 낳아 데리고 왔다. 그래도 딸 생각하고 외손녀에게 정이 쏠려 끌어안고 좋아했다.
장서방도 그때서야 얼굴에 화색이 돌고 한 마디씩 말을 붙여왔다. 집안이 이제 사는 것 같이 화기가 돌았다.
 
외손녀가 재롱을 부릴 때쯤부터 장서방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먹을 것도 권하고 일부러 건강이니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장서방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출판사를 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딸이 잘된다면 뭐 바랄 것이 있겠나.
 
장서방과 딸이 하고 싶은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출판사를 할 수 있는 상당한 자금을 대주었다. 정말 큰 일한 것 같이 마음이 흐뭇하고 편안했다.
그림 작품 활동도 활발히 하고 출판사도 그런대로 잘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나 명절 때 만나보면 여유롭지 못한 모습에 속이 편치 않아 걱정스럽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외손녀가 고등학생이 되어 부모를 닮아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대상을 받았다.
장서방은 예능계의 중견으로 모임의 대표로 활동했다. 하는 일도 잘되어서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
 
이젠 찾아와서도 얼굴 환하게 들고 자신 있게 인사를 한다.
아, 딸이 인제 고생을 면하고 잘살게 되어 행복한 것 같아 마음이 봄 눈 녹 듯 풀렸다.
 
하늘이 새파랗고 숲속에서 새 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갑자기 소식이 왔다. 딸의 숨 넘어가는 비명이었다.
장서방이, 장서방이 쓰러졌다는 외마디 소리였다.
 
허겁지겁 병원에 달려가 보니 벌써 장서방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말로 이 슬픔을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꿈인가 현실인가 말 한 마디 안 나오고 그저 숨이 콱 막혔다.
 
어 어 어 .... 장서방의 잠자는 듯한 말없는 얼굴을 쓰담으며 그제서야 통곡이 터져 나왔다.
이 사람아, 이게 어쩐 일인가. 빨리 깨어나 보게. 인제는 반갑고 좋아했는데, 내 딸은 어찌하고 혼자 가버리는가. 어쩔라고 ....
 
내가 큰 죄인이지, 왜 그리 미워했는지.
장서방, 용서해 주게, 진작 좋게 받아 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걸 ....
가슴 치며 통곡은 그칠 줄을 몰랐다.
 
피어 오르는 사향 연기가 꼬리를 물고 주름진 얼굴에 감돌아 눈물로 흘러 내린다.
 
<처절한 운명에 절규하는 어머니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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