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례(80세) 할머니가 시들어버린 참깨들에 물을 주고 있다.
“장마라더니 비가 오다 말았지 뭐야. 평지밭은 그나마 살아남았는데 비탈진 곳은 이렇게 물기가 없어서 시들어 넘어졌어. 비가 더 와야되는데...” 하신다.
박완례 할머니 말씀대로 비탈진 곳 옆으로 평지밭에 심어진 참깨들은 푸릇푸릇 탱글탱글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다.
“자식농사나 이 곡식농사나 이치는 똑같더라고. 자식도 평탄하게 잘 살아주는 놈은 마음이 덜 가. 이 깨처럼 목말라 하고 일어서지 못하는 놈은 내가 힘이 없어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거든.” 하시며 꼭 내 자식 같은 이 참깨 녀석들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더 주고 싶어 줬던 곳 돌아보고 또 준다.
“일어나야 할텐데, 물 이렇게 줘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가만히 있을수 있어야지.”
세월이 흐르니 내 몸 하나 지탱하고 서 있기도 버거운데 적잖이 무거운 물통 기꺼이 짊어지고 섬세하게 돌보는 농부의 마음이 비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에 고스란히 묻어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래쪽으로 너른 밭 홀로 김매는 할아버지에게 냉수라도 한 사발 갖고 올라와 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은 후회하며 돌아내려오는 길,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도라지꽃들과 어느새 무성하게 자란 고구마 순들이 줄을 지어서서 잘가라 손짓해준다.
▲ 시들어버린 참깨들
▲ 평지에 심어진 참깨들은 몇일전에 내린 비로 탱글탱글 하다.
▲ 김을 매고 모종을 옮겨 심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