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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작지만 큰 행복

2013.03.24(일) 06:40:42 | 금산댁 (이메일주소:dksjks22@hanmail.net
               	dksjks22@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보랏빛 자스민

▲ 보랏빛 자스민


어제, 봄 날씨가 너무 좋았다. 환상적이라 해야할까.
집 거실 한쪽에 자스민, 치자나무와 허브가 심어진 화분이 몇 개 놓여져 있는데 그 중에 얼마전 꽃 피운 보랏빛 자스민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꽃을 보니 우리 아이들 어렸을때 개구쟁이로 자라면서 실내에서 뛰놀며 설치다가 나무의 이파리라도 떨궈내면 나무가 아프니까 손대지 말고 눈으로만 보라고 타이르곤 했던 일이 떠오른다. 

한번은 창문을 모두 열어 제낀후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아이들 방이 조용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불문율이 하나 있는데 그건 ‘아이들이 의외로 조용하면 어디선가 사고를 치고 있는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돌리던 청소기를 잠깐 멈춘 뒤 거실로 나가보니 이게 웬일? 두녀석이 재스민에 사이좋게 피어난 보랏빛 꽃봉오리들을 모두 따서 거실 바닥에 일렬로 가지런히 늘어놓고 있는게 아닌가. 마치 줄자로 재어 놓은것 처럼 그렇게 반듯하게 펼쳐 놓을수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개구쟁이인 아이들이 소꿉놀이 하다가 그러수도 있는 것을...

그 날은 아이들더러 “이러면 안되는 거야”라며 웃고 말았다.
그 후 한달여쯤 지났을때 우리 집에는 경사가 났다. 남편이 1년전쯤 회사 창립기념일이라며 밖에서 선물로 들어온 동양난 화분 1개를 얻어 가져 왔갈래 양지바른 쪽에 놔 두고 잘 보살펴 주었는데 꽃을 피운 것이다.

기르기 힘들고 꽃 피우기는 더욱 어렵다는 동양난에 꽃이 피었으니 경사였고 신이 날 일이었다.

집에서 동양난 피워 보신 분들은 그 기분과 느낌을 알 것이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왔을때 몰래 찾아온 듯 한 은은한 향기. 너무 진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아 어디서 꽃 향기가 나는 듯 아닌 듯한 오묘한 동양난 특유의 매력.

눈을 감고 향기를 쫓아 음미하다 보면 진정 품격있는 그것에 취할 정도다.
우리 집으로 이사 온 뒤 3일정도 온 가족에게 행복의 나날을 선물하던 그 주말. 안방에서 빨래를 접으며 TV의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밖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평소처럼 왁짜하게 뛰어 놀며 시끌거릴게 분명한 시간인데 의외로 조용했기 때문이다.

이상하고 불길한(?) 징조가 보여 안방 문을 살그머니 열고 나가 본 순간 꽃 향기가 아닌 아이들의 꽃놀이에 놀라고 말았다.

동양난은 꽃이라고 해야 겨우 작은 고추잠자리 절반 크기 정도일 뿐인데 살그머니 문을 열어 보니 이번에는 오롱조롱 붙어 있던 꽃을 죄다 따서 화장지로 덮어 놓은게 아닌가.
‘으으으윽...’

화가 너무 나서 소리를 꽥(?) 지르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엄마가 꽃에 손대면 안 된다고 했잖니.” 하며 소리를 벌컥 질렀다. 그랬더니 딸 아이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
“히잉... 꽃들이 너무 졸린 것 같았단 말이야. 누워서 자야지 서서 자면 힘들잖아요. 우리는 침대에서 이불 펴고 자는데 얘네들은 서서 자니까 불쌍해. 히~잉...” 하는게 아닌가.

아이의 말을 듣노라니 어처구니 없었지만 꽃이 누워서 잠자지 못하고 있어서 그랬다는 말 표현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그 얼마 전의 일이 떠올랐다.

아이 손 잡고 시장에 다녀 오던중 갑자기 길가 화단으로 뛰어가 철쭉 앞에 앉더니 조막만한 손으로 흙을 파서 덮어주는 것이었다.

아이더러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가자고 하자 “엄마, 꽃들이 춥잖아. 감기 들까봐. 엄마는 맨날 우리 추울까봐 이불로 덮어 주면서”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철쭉은 막 잎이 지고 난 뒤였는데 꽃이 떨어지고 나서였는지 아이는 곧 추운 겨울이 올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가끔씩 딸 애가 어른들은 전혀 생각잖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나는 당황하기도 하고, 또 어린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따스해서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아이를 가졌을때 그렇게 심한 입덧으로 음식을 잘 먹지도 못하고 몇달 동안 큰 고생을 하며 누워 있었다. 그때 낸 짜증을 생각하면 다 참아준 남편과 이녀석 딸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게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마음을 지닌 아이를 주었으니 나는 늘 신에게 감사하며 산다. 행복하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살면서 늘 사소한 일에 화도 나도 짜증 날때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너무나 하찮고 별거 아니어도 그게 곧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모든게 달라질수도 있다. 이제 다 큰 두 아이들은 때때로 우리에게 적잖은 깨달음과 작은 행복을 주었다.

늘 바쁘고 때론 지치더라도 주말엔 말간 공기 마시며 골목길이나 뒷산으로 산책도 가 보고, 온 가족 모두 김밥 조금 싸 들고 차를 끌고 나가 가까운 물가에 앉아 돗자리 펼쳐 놓고 푸른 하늘도 보며 살자.

 언젠가 아이가 봄날 피었다가 땅에 떨어진 목련을 주워 하늘에 올려보며 “엄마, 이거 구름인데 하늘에 풀로 붙여 놓고 싶어. 나 따라다니며 더울때 그늘 만들어주지 않을까”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혹시 알까. 소풍길에 아이가 그런 말로 엄마아빠의 피로를 풀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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