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요리사, 나는 택배기사
- 애틋한 자식사랑 -
2013.02.20(수) 16:04:46 | 임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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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gy200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images/cnportal/bbs_info.gif)
시골에서 두 딸을 서울로 대학에 보내면서 시작된 일이다. 처음에는 큰딸을 자취시키면서 주말에 반찬을 만들어 보냈다. 작은딸도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원룸을 전세로 본격적인 두 집 살림하게 되었다. 대학 다닐 때는 그렇다고 해도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 작은딸에게 지금까지도 반찬을 만들어 보내주고 있다.
![아내가 만들어 보내는 반찬](/export/media/article_image/20130220/IM0000521559.JPG)
▲ 아내가 만들어 보내는 반찬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아내가 반찬을 만들어 주면, 배달은 내 몫이다. 처음에는 시장에 다니는 손수레를 끌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은 짐이 무거워서 그만 손수레 바퀴가 고장이 났다.
몇 차례 손수레를 바꿔서 사용했지만, 너무 가볍게 만들어져서 조금이라도 무거운 짐을 나를 때는 쉽게 고장이 났다. 그래서 등산용 배낭을 짊어지기로 했다. 차를 바꿔 타고 내릴 때, 끌고 다니는 손수레보다는 배낭을 짊어지는 것이 훨씬 간편하여 지금도 배낭에 반찬을 넣어 짊어지고 서울을 다닌다.
요즘은 물건을 보낼 때 주로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반찬 같은 음식물은 운송 도중에 용기가 파손되거나 음식물이 변질할 우려가 있어서 직접 배달하는 것이 좋다. 퇴직 후 특별히 시간에 쫓기거나 구애받을 일이 없어 아무 때나 편리한 시간을 이용할 수가 있고, 경로우대로 지하철은 무임승차다.
이렇게 아내는 요리사, 나는 택배기사로 생활한 지가 올해로 15년째다. 이제 나이 들어 몸이 예전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자식 사랑으로 아내가 반찬을 만들어 주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딸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