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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마천도 살았거늘

‘그때 안 죽길 잘 했다!’

2013.02.02(토) 10:34:49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이 택배로 보내준 다양한 장르의 책들입니다. 평소 독서는 소주와 더불어 저의 두 '장자방'이랍니다.

▲ 지인이 택배로 보내준 다양한 장르의 책들입니다. 평소 독서는 소주와 더불어 저의 두 '장자방'이랍니다.


부처님께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일컬어 고해(苦海), 즉 ‘고통의 세계’라는 뜻으로 풀이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네의 삶은 좋은 일보다는 궂은 일이 더 많은가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의 접근인데 저 역시도 한 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어리석은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우둔한 적이 있었지요.
 
그 이유는 사업과 장사에서 연전연패를 한 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의 변제 난감과 아울러 더욱 반목하고 상충하는 아내와의 사이에 있어서도 ‘이 모두가 못난 나의 탓!’이란 자격지심이 그만 극심한 우울증까지를 불러들인 때문이었습니다. 여하튼 죽기를 작정하고 대청호를 찾았지만 맨정신으론 도저히 용기가 안 나더군요.
 
그래서 소주 세 병에 거푸 맥주 두 병까지 마셔 만취가 되자 비로소 실천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청호 깊은 물길까지 헤엄을 쳐서 들어간 저는 잠시 후 뭍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그건 사랑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또렷한 환영으로 나타나 제 발목을 끌어낸 때문이었습니다.
 
“아빠, 이렇게 돌아가시면 우린 대체 누굴 믿고 살란 말입니까!” “평생을 자살한 아빠를 둔 자식들이란 주홍글씨를 각인시키려고 그러시는 거죠?” 물 밖으로 나와 펑펑 울면서도 저는 이를 악물었지요. ‘어차피 나는 오늘 죽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내려 갈 곳도 없는 데까지 추락했다. 고로 다시 시작이다!’
 
이후 악착같이 일하여 빚을 변제하니 좋은 일들이 계속하여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잇따라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것도 부족하여 장학금까지 척척 받아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그때 안 죽길 정말 잘 했다!’
 
최근 대전에서 20대 여성 피살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친구가 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말들이 많습니다. 이 뉴스를 접하자니 불현듯 저의 어리석었던 과거사가 떠올라 끼적거려 봤습니다.
 
평소 역사와 연관된 서적을 즐겨 읽습니다. 불멸의 명저로 잘 알려진 사기(史記)를 저술한 이는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죠. 그는 서역을 정벌하던 도중 투항한 이능(李陵) 장군을 변호하다 한(漢) 무제(武帝)의 미움을 받아 생명 대신 궁형을 당하는 것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당시의 선비들은 그래서 그를 업신여기고 철저히 왕따까지 시켰다네요. 그러나 그는 와신상담의 자세로 정진하여 역사에 길이 남는 그 ‘사기’를 지금껏 세인들에게 전파하는 불굴의 저자가 된 것입니다.
 
즉 당면한 어려움과 치욕까지를 감수하였기에 그는 지금도 세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는 얘기죠. 사노라면 때론 싸구려 기성복보다도 내 신세가 못 하다는 자괴감의 먹구름에 휘말릴 때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길이란 건 참 묘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일단 그 고비를 넘기면 구한감우(久旱甘雨), 즉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는 반드시 찾아오는 법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이젠 그만 씻어냈음 하는 바람에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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