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마늘, 양파밭에도 눈이 내렸고 하얀 눈 사이로 대파가 파랗게 보인다. 강아지 발자국 외에는 어느 발자취도 없는 하얀 겨울의 시골집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
진주 다녀온다고 깜박하고 겨울 땔감을 미처 들여놓지 않아서 그대로 눈에 덮였다. 장작개비를 갑바로 덮어놓던지 가마솥 아궁이가 있는 곳으로 옮겨 놓았어야 했다.
진주 다녀오는 바람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구들방에 마른 장작개비와 검불, 신문지 한 장에 불을 붙였다. 일단 마른 장작개비에 화력이 붙으면 눈에 젖은 참나무 장작을 넣어도 잘 탄다.
허접스럽게 지어진 작은 집에는 닭과 토끼들이 함께 산다. 인기척 소리에 하얀 닭과 토끼가 높은 곳에 올라와 주위를 살피고 있다. 주인이 먹이를 가지고 가면 얼른 내려온다. 검은 닭과 흰 닭은 오골계라고 부르는데 일반 닭보다 날쌔고 웬만큼 높은 담장도 잘 날아오른다. 혼자 앉아 있는 토끼는 지난번에 집 나갔다가 주인의 꾀에 속아서 붙잡혀 들여왔는데, 이상하게 제 아비와 형한테 매일 혼나며 쫓겨 다닌다.
"날 잡아 봐라."하고 신 나게 텃밭을 뛰어다니던 저 토끼가 우울하게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다. 텃밭에서 둘이 함께 돌아다니던 재색 예쁜이 토끼는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감나무 옆에 있는 정원의 탁자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겨울은 모두가 휴식에 들어간다. 어서 봄이 와서 감나무에 연두색 잎이 달리고 저 의자에 앉아서 자연을 바라보며 평화를 누리고 싶다.
화살나무는 홑잎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봄에 나오는 연한 잎사귀는 나물로 먹는다. 잎이 진자리에 빨간 열매가 눈에싸여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
하얀 눈의 동화 나라에 있는 이 작은 집에는 누가 살까요?
바로 이 꼬맹이 방실이와 제 엄마 금순이가 살고 있어요. 사람은 100번 잘해주다가도 한번 실수하면 냉정하게 돌아서지만, 개들은 순수하고 단순하며 사람을 잘 따른다. 참나무 장작개비를 옮길 때마다 따라다니는 강아지들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