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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10분이 베푸는 특별한 휴식

2012.08.27(월) 04:23:21 | 밀모래 (이메일주소:gonirami@naver.com
               	gonirami@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토요일은 내가 '독서스피치up' 강좌로 출강하는 태안초등학교 여름방학 특강 종강일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40분씩 두 시간 수업을 하는데 이날은 특별히 두 번째 수업을 하기 전 10분 산책을 가졌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 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작은 연못가 울타리에 심겨놓은 토란잎에 빗물이 가득 고였다. 짓궂은 3학년 장규서는 토란잎에 고인 빗물을 모조리 털어내느라 옷이 다 젖었다.

 

 

태안초 연못가에 심겨진 토란잎, 거기 빗물이 가득 고였다.

▲태안초 연못가에 심겨진 토란잎, 거기 빗물이 가득 고였다. 


잠깐 내리던 비가 그쳤다. 과학실 옆 석류가 얼마나 컸나 보러 가자는 말에 6학년 김주언과 3학년 문수민, 2학년 가민서가 탁구공처럼 뛰어나온다.  

 

10분 산책을 나온 김주언, 문수민, 가민서

▲10분 산책을 나온 김주언, 문수민, 가민서

 
석류가 어느 새 튼실하게 살을 찌웠다.

 

쉰이 넘는 식솔을 거느린 석류나무

▲쉰이 넘는 식솔을 거느린 석류나무

 

여름방학 특강 첫 수업시간, 나는 아이들에게 석류가 모두 몇 개가 열렸는지 알아오라는 미션을 준 적이 있었다.

휴식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이 다녀왔을 때 물어보니 어떤 아이는 쉰둘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쉰여덟이라고 했다. 쉰에서 예순 개는 됨직한 식솔들을 거느린 오래된 석류나무를 꽃 필 무렵부터 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특별한 즐거움이다.

 

손가락 크기 만한 묘목의 무궁화가 어느 새 한 송이 꽃을 피웠다.  4학년 김희원이 심은 묘목이 가장 먼저 꽃을 피웠는데 어떤 것은 키가 작달막한 것이 꽃봉오리를 맺은 것도 있다.

 

초여름 가뭄을 견디고 늦장마 속에 무궁화가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초여름 가뭄을 견디고 늦장마 속에 무궁화가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연 씨앗을 심어둔 상자에 연잎이 훌쩍 자랐다. 소나기로 인해 연잎에 송알송알 빗방울 보석이 맺혔다. 어느 틈에 장규서가 검지로 신기한지 꾸욱 누른다.  

 

연 씨앗이 싹을 틔웠나 싶더니 어느 새 연잎이 이만큼이나 자랐다.

▲연 씨앗이 싹을 틔웠나 싶더니 어느 새 연잎이 이만큼이나 자랐다.

 

3학년 문수민이 갑자기 나를 부른다. 이 꽃 좀 보라고. 이렇게 이쁜 꽃도 있냐고.

하늘로 자라는 화초고추의 꽃이다. 수민이 덕분에 나도 이 꽃 처음 본다.

 

화초로 키우는 하늘고추가 연보라빛 꽃을 피웠다. 이쁘다는 말보다 더 이쁜 말은 없을까?

▲화초로 키우는 하늘고추가 연보라빛 꽃을 피웠다. 이쁘다는 말보다 더 이쁜 말은 없을까?


화초고추의 꽃은 아래를 향해 피는데 열매는 하늘을 향해 자란다. 참 신기한 일이다. 수민이가 아래로 향한 꽃을 들어올려 내게 꽃을 보여 준다. 보면 볼수록 정말 이쁘다. 이런 꽃무늬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입고 싶은 건 왜일까?

 

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한 시간보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한 10분 산책을 통해 값진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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