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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할아버지의 박스 고물을 실은 리어카

2012.07.02(월) 13:21:27 | 강석훈 (이메일주소:rkdtjrgns37@hanmail.net
               	rkdtjrgns3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박스고물을실은리어카 1

  파지 줍고 계신 할아버지

 

지난 5월초쯤, 회사 앞에서 담배연기를 만끽하고 있을때였다.
"파지좀 가져가우!"

 파지보다 더 낡아 보여서 고물에 가까운 리어카. 그곳에 두툼하게 묶인 신문지와 박스 골판지를 싣고 나타나신 할아버지. 정문에서 경비아저씨한테 하시는 말씀에 고개가 돌려졌다. 매번 1층 기둥 한켠 구석에 빌딩 내에서 나오는 신문지와 각종 폐서류뭉치를 쌓아두면 그걸 수거해 가시는 분 같았다. 경비 아저씨와도 일면식이 있었던 듯 서로간에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는게 보였다.

"오늘은 많지 않네요"
"허... 그러네"

 종이 다발을 가슴에 안고 나와 다시 리어카에 싣는 할아버지는 몸이 성치는 않아 보였다. 허리가 많이 굽었고 많이 야위셨다. 얼마 안되는 종이지만 리어카에 차곡차곡 쌓으시는 데는 정성을 다하셨다. 물론 그게 생업이니까 그러시리라 생각됐다.

 그리고 며칠 뒤, 업무 때문에 밖에 나가던 찰나 1층 현관앞에서 또 맞닥뜨렸다. 할아버지는 며칠전의 옷과 행색 그대로 폐지를 가질러 빌딩 안으로 들어오시다가 나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어? 예...”

 나도 모르게 할아버지께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는 “저 젊은 남자가 왜 나한테 인사를 하는거지?‘ 하는 표정이셨다.

 “종이 가질러 오셨어요?”
 “아아... 예”

 다시 엉겁결에 대답하시는 할아버지. 나는 지체없이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종이가 쌓여있는 곳으로 가서 폐신문지와 종이뭉치를 양손에 들고 리어카에 탈썩 얹어드렸다. 할아버지가 놀래셨다.

 “많이 힘드시죠? 이거 팔면 돈 많이 버세요?”

 할아버지의 리어카가 버스를 타러 가는 나의 방향과 같길래 리어카를 함께 끌며 여쭈었다.  돈을 많이 벌으실것 같지는 않았지만...

 “뭐... 그냥... 입에 풀칠하려구”
 “얘길 들어보니까 요새는 폐종이도 중국산을 수입한다던데”
 “맞어. 옛날에는 1키로에 130원정도 받았거든... 근디 이자는(이제는) 80원 받기도 힘들어. 중국 종이가 들어와. 중국 폐지가 말여”
 “네... 그럼 종이만 가지고 돈이 안되겠네요? 다른 고물은 안하세요?”
 “그려. 전에는 가스통도(휴대용 부탄가스통) 됐거든. 근디 요새는 그것도 안받어....”

 힘겹게 말씀을 이어가시는 할아버지 얼굴은 잔주름에 깊이 패여 있었고, 리어카를 이끄는 손등에도 세월의 흔적이 자글자글 그어져 있었다. 그 흔한 목장갑 하나 없이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

 할아버지와 나눈 몇마디가 온종일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누가 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이렇게 힘든 여생을 보내도록 만들었을까...

 그 얼마후 우리 회사는 일요일날 중학교 실내체육관을 빌려 회사 창립기념 전직원 체육대회를 하게 됐다. 체육대회라야 배구와 족구였다.

 잔치분위기속에 육개장을 끓이고 다과도 준비해서 먹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속에 식사를 마쳐갈 즈음 무심코 창밖을 쳐다봤는데 저만치 인도에 누군가 리어카를 끌고 가는 사람이 보였다.

 앗.... 그 할아버지였다.
 나는 잽싸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시더니 약간 놀라시며 “허허. 또 보네”라며 웃으셨다.

 “할아버지, 점심 안드셨죠? 가서 국한그릇 잡숫고 가세요”
 “아녀. 뭘... 됐어”

 할아버지는 한사코 마다하셨다. 많은 직원들 틈바구니에 끼여 식사를 하시기가 뻘쭘하실듯 해서였을거다.

 “그럼 잠깐 기다리세요. 여기 좀 앉아서 쉬세요”라며 할아버지를 멈춰서시게 한뒤 나는 행사장으로 돌아가 육개장과 김밥, 과일을 담아서 들고 나왔다. 할아버지와 나는 길가 건 처마 밑에 앉았다. 리어카에 있는 신문지를 내려서 깔고 앉아 할아버지는 점심식사를 맛나게 하셨다.

 ‘됐다’며 마다하시던 때와 달리 너무나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울컥해짐을 느꼈다. 코 끝이 찡해지면서...

 평소때도 끼니는 제대로 챙기시는지, 그게 여의치 않아 번번히 거르며 일을 하시는건 아닌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고마워 젊은 양반. 맛나게 먹었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할아버지는 정말 고맙다는 말을 열 번은 하신듯 했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다시  할아버지 혼자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돌아서는데 발길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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