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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키조개하면 역시 오천이에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거여. 잘 봐봐"

2012.06.30(토) 19:58:51 | 솔바다 (이메일주소:jadoori@hanmail.net
               	jadoori@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관광객들이 보령에 있는 충청수영을 늦으막히 보고 싶다고 하여 늦은 오후에 양산을 쓰고 나섰다. 오늘은 저녁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하늘은 아직도 맑기만 하다.


수영성이 있는 오천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으니 다니던 노선과는 달리 타고 있는 승객들이 모두 낯설었다. 대신 가며가며 듣는 타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꽤 쏠쏠하여서 그나마 재미있게 갈 수 있었다.


“요즘 조개가 시원찮여. 그것도 가물어서 그런지 이상혀”

“옛날엔 저--기까장 다 바다였는디... 한 번 나가면 그렇게도 많더니만...” “나두 여기 토박이여서 그런 건 잘 알지” “난 해수욕장이 친정인디 지우 여기로 시집을 와서 여긴 다 알어” 모두가 토박이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족처럼 나누고 있는데 나이 드신 한 분은 나이답지 않게 억양과 악센트가 고려청자처럼 어찌나 맑은 목소리를 갖고 있는지 타고 가는 버스는 모양새를 갖춘 한마당이었다.


창밖의 풍경은 저렇게 논과 밭으로 가득하기만 한데 옛날엔 바다였다니... 하기사 내가 사는 남포도 그렇다고 하는데 이곳도 그랬던 모양이다.


막 지나는 주포는 포구로 둘러져 있어서  이름도 그렇게 지어진 거라고도 하니 까마득한 옛적의 보령은 혹시 육지보다 바다가 훨씬 더 많았던 건 아닐까 싶다. 혹시 지금도 그런 건 아닌가.


그럼 난 지금 바다였던 이 길을 차로 달리며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이곳에서 자라고 이젠 할머니까지 되어버린 어르신들의 생생한 회상 하나하나 는 내게는 귀한 말씀이 되어 와 닿았다. 정거장마다 한 분 한 분 내리시니 거의 빈차가 되어간다.


비릿한 내음이 풍겨오기 시작한다. 목적지인 오천항이 가까워오고 있는 거였다. 전과는 달리 진하게 풍겨오고 있는 것이 더없이 정겨웠다.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1

모처럼 오천에 들어섰더니 키조개더미가...

 

아하! 흑진주처럼 반짝거리고 있는 까만 키조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와~~ ” 먼저 와있던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키조개더미로 먼저 가자고 하였다.

 

“이것이 키조개예요. 오천의 특산물이죠. 옛날엔 임금님께 진상을 했던 거예요”
어지간한 어른들의 팔뚝만한 키조개가 실하기도 하였는데 손님들은 처음 본다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묻느라 여념이 없다.

“이것들이 오천바다에서 잡은 거예요?”

“두 시간 정도 나가서 잡아 온 거예요”

“와~~”


난 탈각하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신기하게 보고 있자니 천천히 포즈를 취해주신다.


“봐봐, 이렇게 해서 이렇~게 돌리면 떼어지는 겨”

스테인레스로 된 기다란 손잡이로 된 주걱같이 생긴 도구를 꽉 잡고 힘 있게 돌리면 알맹이가 떨어져 나오곤 하였는데 조개를 까는 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여유를 가질 새도 없이 얼른 키조개를 다시 집어 들더니 어느새 금방 떼어내었고 껍데기는 소리없이 저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2

▲"이렇게 한 번 돌려서~~"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3

▲"이렇게 하면 떼어지는겨"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4

▲"이것만 있으면 척척 떼어낼 수 있지"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5

조금 전에도 반짝거리던 키조개가 어느새 빈 껍데기가 되어...

 

이런 속에서 풍겨오고 있는 신선한 내음은 코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언제부터 다듬어 놓았던 것인지 알맹이들로 가득하였다. 이젠 내장과 살을 구분해놓기만 하면...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6

이젠 내장과 관자(육질 부분)를 정리만 하면...

 

언젠가 고추장으로 구이를 해먹었을 때 보들보들하니 여간 일품이 아니었던 기억이 괜스레 지나가며 침만 후루룩~~~ 넘어간다.

 

이렇게 오천항은 예부터 키조개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의 60~70%를 자랑하는 그 위용을 모처럼만에 찾아와서 보았다.


수심 20~50m쯤인 진흙 속에서 자란다는 이 키조개. 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것은 봄이나 많은 줄 알았더니 요즘도 이렇게 많았다.

 

오천하면 키조개. 키조개하면 오천.

6백여 년 전 이 바다를 지켰던 충청수사들도 맛보았을 이 키조개들일 터이니 역사를 자랑하며 오천의 특산품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은 그냥은 아니리라.

 

돌아서려니 아주머니는 모자를 고쳐 쓰시며

“우리 오천 얘기좀 많이 햐~~~” 하신다. 내가 기자인 줄 아나보다. 호호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어두어질 무렵에야 집으로 향하려는데 기다리던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키조개하면역시오천이에요 7

 서문을 빠져 나오려니 먼데서 찾아오는 벗같은 비가 뚝뚝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귀절만큼이나 먼데서 오는지 이제야 찾아오는 기다리던 비. 더없는 반가움과 함께 키조개더미를 본 즐거움을 안으며 총총총 발걸음들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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