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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15일 스승의 날을 맞으며

2012.05.14(월) 11:48:30 | 김진순 (이메일주소:dhjsdk44@hanmail.net
               	dhjsdk4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학창시절 이맘때만 되면 찬송가처럼 진중하고 엄숙하게 불렀던 '스승의 은혜'가 새록새록 기억나는 계절이다. 황망하고 자잘한 삶을 살면서도 스승에 대한 고마움이 뭉클하게 떠오르는 건 스승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천진한 가슴에 커다란 무지개를 심어주셨던 선생님들이 아마 기억에서 지워졌을지 모른다.

 누구나 가슴에 담고 있는 소중한 스승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스승의 날이다. 
 바로 내일 5월15일이다.

 학생이래야 전교생 300명도 채 안되는 시골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래도 학생들에게 ‘맨 땅에 헤딩’은 안시키겠다는 교장선생님의 뜻에 따라 우리학교 운동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었다. 그 뜨거운 여름날, 토요일마다 들판에 삽을 들고 나가 떼짱(그때는 잔디를 그렇게 불렀다)을 캐러 다녔다. 그렇게 캐온 잔디는 운동장에 길다랗게 골을 파고 거기에 심었다.

 여름방학 숙제중 중요한 하나는 잔디 씨를 편지봉투에 한가득 받아오는 것이었다. 그걸로 교내 곳곳에 뿌려 학교 주변을 완전 푸르른 잔디로 뒤덮을 정도로 교장선생님은 학교 잔디 기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셨다.

"선생님, 오늘도 운동장 잔디 물주기 해야 되어유?"
"그럼! 너 무슨 일 있냐?"
"오늘 뽕 따러 가야 하는디. 우리 누에가 커서 뽕을 많이 먹거든유. 그래서 엄니가 일찍 오라고 해서유...."
"그래? 빨리 끝내고 너 먼저 가거라. 그 대신 담주엔 조금 더 해야 돼"
 어린 학생들이 애써 캐다가 심은 잔디가 말라 죽을세라 주말마다 잔디에 물을 뿌려주는 일은 우리 1학년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농촌의 농삿일이 바쁠때는 선생님은 기꺼이 물주기에서 제외시켜 주셨다.

 체육시간에는 잔디 주변의 돌멩이도 골라 내고 일부 잔디가 죽은 곳에는 또 새로 캐다가 땜빵으로 심어주고.... 그렇게 정성껏 잔디를 가꾼 끝에 우리 중학교는 정말 푸르게 푸르게 바뀌어 갔다.

 총각이셨던 담임 선생님은 우리 마을 용춘이네 집에서 하숙을 하셨는데 토요일날 읍내 댁으로 가셨다가 다시 돌아와 출근하는 월요일은 우리반 아이들이 늘 목 빼고 기다리는게 있었다.

 라면땅과 그 안에 들어있는 하얀 알사탕.
 지금 아이들은 라면땅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라면을 만들고 난 부스러기를 기름으로 튀긴 과자였는데 정말 그 맛이 일품이었다. 선생님은 읍내에서 그걸 열 봉지씩 사다가 우리에게 나눠주셨던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콩알만한 하얀 알사탕은 대여섯개 정도였는데 그건 거의‘특권’을 가진 아이들만 얻어먹을수 있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파서 몇일씩 결석했던 아이, 선행을 해서 교장선생님 칭찬받은 아이등...

 어떤때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 전과도 사주시고 완전정복이라는 참고서도 사다주셨다. 그때 완전정복이나 표준수련장 같은 것은 정말 대단한 참고서였다.

 우리반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그렇게 행복했다.
 그런데, 그해 가을. 길가의 코스모스가 지고 무서리가 막 내리던 늦가을 어느날.... 선생님은 무거운 얼굴로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셨다.

 아, 우리 선생님이 군대에 가신다는 것이었다....
 그날 우리반 아이들은 왼종일 대성통곡을 했다. 아니 우리 중학교 전체가 눈이 퉁퉁 붓도록 시일야방성대곡을 했다. 학생들 모두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5개월쯤 뒤, 선생님은 우리반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오셨다. 그 많은 편지를 쓰시느라 팔도 아프셨을텐데 50명 모두에게 꼼꼼히 편지를 써서 인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여러 가지 충고와 격려을 담아 보내셨다.

 그 정성과 제자들에 대한 애정 덕분에 우리 모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들 잘 살고 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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