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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시부모님 없이는 살수 없는 며느리의 체질

2012.05.04(금) 13:28:16 | 김진순 (이메일주소:dhjsdk44@hanmail.net
               	dhjsdk4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천 냥 시주를 할래? 홀 시아버지를 모실래? 하면 천냥 시주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참 어렵다는 뜻이겠다.
 
물론 시어른 모시는 일은 시아버님뿐만 아니라 시어머님도 마찬가지고 웬만한 정성과 마음 씀씀이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예를들어 시아버님은 당장 일이 없으실때 집에서 하루종일 왔다 갔다 하시며 스스로 심심해 하시고, 여름에는 좁은 집에서 방문을 열어 놓고 주무신다. 가끔가다 더우시니까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시기도 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옛날 어르신 그 자체셨다.
 
그렇게, 남들은 하기 어렵다는 시부모님 모시기를 어렵든 쉽든, 좋든 싫든 벌써 9년째다. 가끔씩 나 홀로 집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자고 싶다던가, 하루 3끼 모두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켜먹으며 온종일 TV만 보고 싶다던가...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펴 보기도 하지만 참 어려운 꿈이고. ㅎ ㅎ ㅎ
 
하여튼 아무런 간섭 안받고 아무 생각없이 단 하루라도 쉬어보고 싶은건 시부모님들을 모시는 모든 며느리들의 소망일진데. 
 

 

아, 드디어 내게 그런 날이 찾아왔다. 시부모님 두분이 서울 형님네로 놀러 가셨다.  나는 예상대로 아침부터 신이 났다. 어른들이 안 계시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는데 드디어 그 날이 다가온 것이다.
 
두분 모두 열흘 정도는 묵고 오시기로 하고 떠나셨다. 참고로 난 어머님보다 아버님이 더 좋다. 우리 어머님 요 몇 년 사이 쇠약해져 정신이 조금 없으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가끔 이유 없이 화를 내시는 일이 요즘 종종 있을 뿐이다.
 
두분이 떠나신 날 내내 집에서 어깨에서 짐을 던 지게꾼 처럼 날아다녔다. 뭔가 홀가분하고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에... 하여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기분이랄까.  다음날 남편은 멀리 금산으로 새로 심을 수박 묘목을 사러 가서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그야말로 내 세상이 된 것 처럼 느껴졌다.
 
어? 그런데.... 이틀쯤 지나자 신나던 기분도 잠시 뿐…
 
왠지 모르게 슬슬 마음 한 구석에서 허전함을 느끼면서, 집안이 너무 조용하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성격이 외향적이라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나는 나의 몸에서 활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고 싶었던 일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빨래만 두 바구니 빨아서 건조대에 늘어놓고, 나머지는 아무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갑자기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어른들이 안계신 자리가 겨우 이틀 밖에 안 되었지만 그 빈자리가 너무 크고 넓었다. 뭔가 무료하고, 찌뿌둥 하고, 어딘지 모르게 동그라미 한쪽의 이가 빠진듯한 느낌. 그리고 슬슬 마음의 불안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3일째가 되자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열흘 정도 계실걸로 예상하고 떠나셨던 시부모님 모두 3일째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신게 아닌가. 서울에 놀라간게 별로 재미없다시면서.
 
집으로 돌아오신 두 분을 뵙자마자 어찌나 반갑던지 마치 몇 년간 헤어져서 못만난 이산가족처럼 반가운게 아닌가. 참내 두분 다 안계신 집에서 실컷 놀고 먹고 싶었던 마음은 어딜 간건지 원...
 
그래 이제 나는 어른들 안계시면 마음이 불안한 며느리가 되었다.  서로의 맘속에 끊을 수 없는 정이 콱 박혀 버린 모양이다. 고등학생 두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오셔서 너무 좋다고 난리였다. 얼굴에 생기까지 돌았다. 녀석들도 제 에미와 한통속(?)이다.
 
밥상에 반찬 하나 더 얹어야 하는 수고가 늘었지만 역시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하나보다. 나는 혼자 즐기려기보다 시부모님께 과일 깎아 드리고 그 앞에서 함께 TV보며 수다 떠는게 내 팔자인가 보다. 나는 그게 체질인 며느리 맞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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