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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거대한 붓을 휘감아 그린듯한 대천 바다안개

2011.10.17(월) | 유 희 (이메일주소:eyu07@hanmail.net
               	eyu0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환상적이다. 대천 바닷가를 드라이브하면서 '환상'이라는 단어의 뜻을 새롭게 깨닫는다. 바로 바다 안개를 통해. 이보다 환상적이라는 표현에 딱! 맞는 풍경을 만날 수는 없으리라. 바다 안개의 묘연함에 물든 하늘빛도 평소와는 다르다. 아스름한 안개에 싸인 바다는, 하늘은 이 세상이 아닌 듯 낯설면서도 신비롭다. 뭐랄까. 환타지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한 비밀의 통로 같다.  

  거대한붓을휘감아그린듯한대천바다안개 1  

바다 안개에 지평선이 아롱아롱 하다. 가까이에서, 그리고 저 멀리 바다 안개에 제 빛을 감춘 갯벌이 신비롭다. 세상을 창조한 신이 거대한 붓을 휘감아 그린 듯한 하늘빛도 그윽하다. 안개의 그윽함에, 하늘빛에 이끌리어, 잠시 길을 멈추었다. 차에서 내려 바다 안개 속에 발을 내딛었다. 바다 안개와 내가 마주한 첫 순간. 처음의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거대한붓을휘감아그린듯한대천바다안개 2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바다 안개에 잠겨 그윽한 풍경을 자아내고, 그 사이 사이에는 바다물이 그려낸 크고 작은 물길이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 그냥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고즈넉한 바닷가에서 안개의 매력에 푸욱 빠졌다. 바다 안개도 멋졌지만, 그 풍경을 더욱 정겹게 하는 다른 이들을 만났다. 아침을 일찍 연 부지런한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물고기의 좌판을 벌였다. 또한 그것을 사려는 사람. 인적이 드문 곳에, 그것도 바다 안개 속에 펼쳐진 흥정의 순간에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나처럼 길을 가다 잠시 안개에 취해 멈춰선 여행객일까, 아니면 근처 동네의 주민?  

  거대한붓을휘감아그린듯한대천바다안개 3  

저 멀리 안개에 잠긴 다리가 인상적이다. 바다 안개를 만끽하며 그 곳을 향해 하염없이 걷고 싶었으나, 동행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마음 한 자락을 그곳에 놓고 오는 기분.... 처음에는 어린아이냐, 가던 길을 멈추게? 웃음을 머금던 동행은 덕분에 뜻하지 않게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며 아이처럼 웃는다. 후후~  

  거대한붓을휘감아그린듯한대천바다안개 4  

다시 떠나는 길, 주위 풍경이 아련하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저 멀리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하고, 간만에 눈이 호강한다. 이 풍경을 마음에 꼭꼭 담아야지. 욕심이 하늘을 찔러, 운전을 하는 동행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자꾸 길을 멈추자고 청했다. 씽씽 달리는 차에서 순식간에 뒤로 사라지는 안개 풍경이 점점 아쉬웠기 때문이다. 한동안 계속되는 바다 안개지만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정취에 어디든 가만히 서서, 그 안에서 그윽하게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붓을휘감아그린듯한대천바다안개 5  

참, 신기하다. 그렇게 아련하게 세상을 물들였던 바다 안개가, 점심을 먹고 나오니 어느 틈엔가 사라졌다. 정겨운 벗을 떠나보낸 듯 서운했다. 하지만, 언제 그렇게 부옇던가, 말끔하게 단장한 바다. 햇살이 부서지는 것처럼 반짝이는 물결이 눈부셔, 마음에 오롯이 담는다. 그러다가 피식 웃었다. 어쩌면 사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안개에 싸여 한치 앞이 아련하듯, 삶의 어려움에 희망이 보이지는 않지만, 몇 걸음 나아가고, 시간이 지나가면 반짝이는 햇살을 만나듯 희망이 성큼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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