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빈손으로 떠나는 나그네
흘러가는 흰 구름인 양
허전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영혼마저 잃어버리고
허공의 구름다리를 건너간다
들국화는 홀로 서서 눈물 젖는데
찬바람은 옷깃으로 파고들어
석양이 핏빛으로 타오르면
갈대의 흐느낌이 으으 애처로워
밀려오는 설움으로 무너지는 가슴
아스라이 먼 벌판길로
목놓아 끝없이 달려간다
세월아, 이젠 그만
나를 남겨 놓고 가려므나
촛불은 소리 없이 타들어 가는데
가난에 울던 친구는 형편이 나아졌는지
일자리 걱정은 언제 풀리려나
새침데기 순이는 어디서 행복한지
우편국 냇둑에서 서성대는
아주까리는 누구를 애타게 기다리나
가을 빛이 몸서리치도록 서러워
찌든 삶을 훌훌 털어 버리고
아무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나도 떠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