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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시름을 쓸어버린 만리포해변 戀歌

2011.11.30(수) | 유 희 (이메일주소:eyu07@hanmail.net
               	eyu0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바다가 생각납니다. 탁 트인 바다, 넘실대는 파도를 보면 일렁이는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업무와 관련하여 몹시 화가 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며칠 동안 새벽까지 일해 많이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밤을 하얗게 지새울 만큼. 딱 그 만큼의 분노였습니다. 새벽 4시를 지난 시간임에도, 오후 4시만큼 정신이 짱짱합니다. 평소 즐겨 듣던 음악을 무한 반복해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의 일렁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시름을쓸어버린만리포해변 1  
▲ 수평선이 아스라한 만리포 바다

만리포를 찾았습니다. 귓불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참 동안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슴푸레한 수평선 자락에서 시작해 출렁거리다 잦아들고, 다시 출렁이는 파도를 한참동안 보았습니다. 짧은 듯 길었던 시간, 그제야 마음 한 구석이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틈 사이로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좋지 않지만, 내일은 좋은 일이 있겠지, 마음을 추슬러 보았습니다. 

  시름을쓸어버린만리포해변 2  
▲ 박미라 시인의 ‘만리포 연가’ 시비

만리포 해변에는 박미라 님의 ‘만리포 연가’라는 시비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리고 애잔한 시에 잠시 길을 멈추었습니다.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마른 모래 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날이면 만리포 바다를 보러 오시라. 오래된 슬픔처럼 속절없는 해무 속에서 지어진 수평선을 가늠하는 붉은 등대와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하다고 아득히 잦아드는 섬이 있다....” 좀 전에 느낀 만리포의 서정을 오롯이 담아낸 연가였습니다. 만리포의 마른 모래 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듯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시인도 만리포 해변에 서서, 삶의 공고함을 떨구고, 그 빈자리에 그윽한 만리포의 정경을 담아갔을까요. 이래서, 시를 삶의 위로, 영혼의 휴식이라 하는 가 봅니다.  

  시름을쓸어버린만리포해변 3  
▲ 해변의 그림자

만리포 바다와 만리포 연가 덕분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만리포에서의 적지 않은 시간이 빚어낸 여유입니다. 짧아진 햇살에 돌아서는 발걸음도 아쉽습니다. 무언가 두고 온 것 같이 허전해 뒤를 돌아보니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있었습니다. 만리포 해변에 남은 발자국도 총총합니다.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예고 없이 떠밀리는 느낌 때문에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먹먹함. 사실 잠을 자지 못한 것은, 문득 바다가 그리웠던 것은 분노보다 먹먹함이 더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잦아든 파도처럼, 마음이 차분해 졌으니까요. 분노와 먹먹함이 가득했던 자리에는 만리포의 아련한 수평선과 ‘만리포 연가’의 애잔한 시구가 담겼습니다. 현재를 근심하지 말고, 내일을 준비해야 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입니다. “만리포 바다를 보러 오시라”는 시인의 정감어린 말을 전합니다. 살아가면서 마른 모래 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날, 이 말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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