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알몸으로 떨고 섯는
갈꽃의 흐느낌도 모르는 듯이
메마른 눈물 한 점 없이
도도한 자태로 고고한 체
한번 가면 다시 못 올
아득한 영원 속으로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홀로 서둘러 달려가느냐
날선 찬바람은 우우 몰려오는데
허기진 발길은 저리도록 헤매도
반기는 손길 하나 없어
너는 모른다
빈곤의 외로운 영혼을
열이레 달빛은 숨막힐 듯
고요히 녹아 내리는데
무너진 가슴 안고
허수아비의 슬픈 노래를
목메어 합창한다
저 멀리 언덕 위에
막다른 작은 집에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등불
얼어붙은 가슴에
찬란한 눈물로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