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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올 추석엔 '덤'과 '정' 넘치는 시장으로

2010.09.10(금)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가위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달(月)은 더욱 커져 둥그런 보름달로 변화하는 중이다.
올 한가위 역시도 아침에 선친께 차례를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다음으론 모처럼 집에 온 아이들을 데리고 아산의 숙부님 댁으로 인사도 갈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또한 한가위의 상차림을 하자면 올해도 나의 발길은 분명 재래시장으로 향하게 될 터이다.
요즘이야 과거완 사뭇 달라서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그야말로 없는 것 없이 얼추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그곳엔 없는 게 바로 재래시장엔 있다.
그건 바로 ‘덤’과 ‘정情’이라는 것이다.

새벽 열차를 타고 오셨다는 할머니는 “이건 우리 텃밭에서 내가 직접 기른 무공해 채소니께 믿을 수 있는 거유!”라며 자못 당당한 모습에선 신뢰가 절로 느껴진다.
어디 이뿐이던가.

“조금만 깎아주세요.”라고 엄살이라도 부릴라 치면 금세 “까짓 거 그러지유 뭐,”라며 한아름은 족히 될 만한 푸성귀를 검은 봉지에 성큼 담아주시는 할머니는 꼭 그 옛날 나를 키워주셨던 고향의 할머니를 닮으셨다.

할머니께선 손바닥만한 뜰에 이런저런 푸성귀 따위를 심으셨는데 이것이 다 자라면 소쿠리에 담으시곤 시장에 나가 팔고 오시곤 하셨다.
돌아오실 적엔 풀빵 따위의 주전부리 또한 이 손자 먹으라고 잊지 않으셨던 그리운 할머니!
그래서 어렸을 적의 나는 뜰에서 자라는 채소들이 어서 크라며 더운 여름엔 물을 부어주는 외에도 시원하라며 부채까지 부쳐준 적도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같이 넉넉한 인심을 아끼지 않으시는 시장의 할머니께 “근데 이렇게 팔아서 뭐 남는 거라도 있으세요?”고 여쭈면 “돈 벌라고 나온 건 아니구유, 다만 서방은 진즉에 저 세상으로 떠났고 아이들도 죄 객지에 나가있는 바람에 당최 심심해 견딜 방도가 없어서 이렇게 만날 나오는 거유.”라는 어떤 넉살은 서로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까지 하는 인자(因子)의 단초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대형 할인마트는 우리의 쇼핑 문화를 근원적으로 뒤흔들며 동네의 이른바 구멍가게들까지를 모조리 초토화시켰다.
그렇지만 이곳에 덤과 정은 없다.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상품만이 냉갈령스럽게 손님을 맞는 것이다.

이런 까닭만으로도 나는 올 추석 장보기 역시도 재래시장을 이용치 않으면 안 된다는 어떤 명제(命題)에 당위성(當爲性)까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올 추석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기타의 제수용품 가격은 태풍 피해로 말미암아 예년보다 급격히 올랐다고 하니 작년과는 달리 상차림이 다소 헛헛하지 않을까 싶어 벌써부터 약간은 걱정이다.
혹여 선친께서 “올 추석은 별로 먹을 게 없구나!”라며 역정이나 내시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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