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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그해 여름 '서해안에서 1박2일'

2010.06.16(수)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생업의 돈벌이가 제법 쏠쏠했다.
그래서 당시에 우리 동네서 승용차가 있는 데라곤 우리 집 외는 전무했다.

그해 여름에 근사한 최신형 승용차를 뽑고 신이 난 나는 여름휴가를 맞아 우리 식구 모두를 동원했다.
목적지는 서해안을 두루 여행 하는 것!
“밖에 나가 사 먹자면 다 돈이 드는 법이니께...!”라는 이유를 대며 미리 장을 본 아내의 센스로 말미암아 승용차의 뒤 트렁크(화물칸)는 출발 직전부터 배가 남산만 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모든 도시인들의 어떤 로망인 대천 해수욕장.
어차피 4박 5일간의 장기 여행을 계획했던 터였는지라 대천항에서 싱싱한 회에 술도 풍족히 마시곤 여관을 잡아 투숙했다.

이튿날엔 홍성을 경유하여 서산으로 갔다.
그런데 운행 중간에 시장기가 들어 반반한 식당에 차를 세울라 치면 자린고비 아내는 냉큼 만류하며 트렁크를 열어 간식거리를 내밀었다.

좋은 말도 세 번 이상 들으면 싫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이들은 이 아빠의 ‘의지’를 좇아 여행하는 각지에서의 별미 내지는 맛난 걸 먹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했거늘 안방마님은 한사코 손사래를 쳐대니 어찌 반감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으랴.
마침내 아이들은 폭동(?)을 일으켰다.
“엄마~ 제발 아빠의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그러나 아내의 결의는 요지부동이었다.

하는 수 없어 태안으로 들어가 이름 모를 백사장에도 들렀으나 거기서의 식사는 태안의 명물인 꽃게탕도 아니요 또한 박속밀국낙지탕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고작 휴대용 가스렌지로 내가 끓인 라면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여 당초의 4박 5일 휴가 계획은 지독한 짠순이 아줌마 마누라로 말미암아 고작 1박 2일로 줄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의 그러한 내핍이 있었기에 이어진 나의 잇따른 사업과 장사에서의 연전연패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모두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음은 모두 아내의 그 짠순이 기질에서 발휘된 것이었다.
명실상부한 날탕이 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이젠 딱히 교육비가 들어갈 일도 없고 보니 올 여름 휴가 땐 아내와 단 둘이서 태안에 다시 가고 싶다.
그리곤 그 시절 침만 삼켜야 했던 꽃게탕과 박속밀국낙지탕으로 배까지 행복하게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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