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새풀을 지나 오서산 정상에 오른 해나루산악회 회원님의 멋진 기념사진 촬영. |
가을 끝자락.
숱한 아쉬움만 두고 추억 속으로 떠나는 가을을 배웅하려 함인가? 아님 겨울마중 이련가.
지난달 치악산 산행에 이어 다시 한 번 원정 산행을 떠나는 우리들 마음이야 기쁘기 한없지만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산악회 총무로서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닐 게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25명을 태운 버스는 문학산을 뒤로하고 충남 광천의 오서산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평택 들녘의 논바닥에는 겨우내 먹을 소들의 양식을 포장해놓은 하얀 짚풀 둥치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고 웅장한 서해대교를 지나 우리들의 고향 당진 땅을 지나고 있다.
늘 와 보고 싶은 곳. 언제 찾아와도 반갑게 맞아주는 내 고향 당진.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어느덧 광천의 상담마을에 도착한 버스는 먹이를 입안 한가득 물고와 새끼에게 먹이려 토해내는 어미 새처럼 하나둘 회원님들을 풀어놓는다.
음~ 상쾌한 시골공기.... 엄청난 인파가 북적인다.
나무 다리를건너 산행시작이다. 대파, 쪽파, 마늘이 심어져 있는 밭두렁 감나무에는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가을걷이를 끝낸 농촌 풍경은 조용하기만 하다.
고향 품속같은 마을길을 지나 산중으로 접어든다. 솔잎, 가랑잎, 두둑하게 쌓인 등산로를 따라 시작은 활기차다. 이미 낙엽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는 춥게만 보이고 소나무의 새파란 솔잎은 젊음을 과시하듯 우뚝선채 거만하게 우리를 내려다본다.
얼마를 올랐을까? 땀으로 범벅이된 회원님들이 가뿐숨울 내쉬며 정심사에 속속 도착하고 선두의 안내로 다시 가파른 계단길, 바위길을 올라 시원한 능선 바람에 땀을식히고 저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정상을 향해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 했던가. 멀게만 보이던 정상이 어느덧 코앞에 있다. 비록 엄청난 억새밭은 아니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데는 손색이 없다. 반쯤 날아가버린 억새풀속에 영화라도 촬영하듯 너도나도 포즈를 잡는다.
한참을 그렇게 우리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음식을 나누며 또한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끙끙거리며 도착하는 마지막 회원님들... 오늘은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정상에 올라 우리 고장의 향긋한 늦가을 바람속으로 모두모두 숨바꼭질하듯 깊이깊이 파고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