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병
김미희 어쩌다 마주친 폰카 시
2024.04.21(일) 17:09:00 | 도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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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n127@korea.kr)
빈 병은 소라껍데기와 같은 부류지요.
소주가 담겼던, 주스가 담겼던, 잼이 담겼던.
‘담겼던?, 과거형입니다.
현재는 비어서 무엇을 받아들일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숟가락을 꽂으면 마이크가 되겠고요.
악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 관악기.
호이호이.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흉내 낼 수도 있겠고요.
빈 병에 누가 와서 살기도 하지요.
인연을 찾는 여정이 무척 기대되는데요.
소주 팻말을 달았던 빈 병은 마침내 존재의 정의를 다시 내렸습니다.
다른 문패를 달았습니다.
빈 병소주가이사 가면참기름이들어와 산다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