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에 대해 가르칠 때 빼놓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유교인데요. K-드라마, K-팝, K-푸드 등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정신과 생활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 유교는 조금 생소합니다. 하지만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있어 유교는 옛 것이 아니라 K-유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에 위치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정식 개원한 2022년 10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통하는 유교문화, 미래를 여는 국학진흥'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나날이 발전과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지상 2층 본관을 들어서면 교육을 담당하는 소학당과 기증자를 위한 공간인 나눔마루, 휴게공간 사랑이 있는데요. 무어보다 1층 전시실로 이어지는 이음마루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2층과 1층을 이어주는 이음마루는 계단에 앉아 스크린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벽장에 진열된 다양한 문방구와 도자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오늘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을 찾은 이유는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당신은 어떻게 보여지길 원하는가' 전시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작가 아구스 스와게(Agus Suwage)의 작품 '내게 더 많은 질문을 하라 (Give me more questions )'을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서 관람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20대 후반 제가 붙들고 있던 화두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이 쉰 살이 넘으니 '당신은 어떻게 보여지길 원하는가'의 제목이 새로운 화두로 다가섭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에서는 역사 속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면이 선비와 마주하기 바라는 기획전시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K-유교답게 한글과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 무엇보다 좋았는데요.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의 기획전시실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는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사상, 중국 대륙을 놀라게 한 선생의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목은 이색 선생의 초상화와 갓, 붓, 소반 등의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화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길이 가게 합니다. 각 소품마다 충실한 해설이 담겨 있어서 선비 정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옛 것을 그대로 전시하면 현대인들에게는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옛 물건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점자를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한 전시 아이디어가 놀라웠습니다.



이번 기획전시에서 K-유교 인물로 선정된 목은 이색은 한국의 유교를 대표하는 조선의 선비였습니다. 선생이 남긴 한시와 문장을 재해석하고, 영문으로 번역해 출간한 책과 마주하니 유교의 현대화, 그리고 세계화가 느껴집니다.



두 번째, '다르게 보기'에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이 다르게 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세상을 바꾼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남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갔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는데요. 인물에 대한 소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설명을 덧붙인 것이 좋았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물사를 새로운 콘텐츠로 제작해서 우리 아이들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서적과 함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전시되어 있어 한참 동안 발길이 머물게 했는데요. 세한도에 대해 영어로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야말로 선비 정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 중의 작품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세 번째,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가' 전시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여겼던 선비들의 자세에 대해 보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보다와 보이다는 모두 볼 시(視) 자에서 비롯됩니다. 거울 속에 비추인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체험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옛 선비를 바라본 후학들의 기록을 통해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들이 선비로서의 삶을 어떻게 보여주고 세상을 떠났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의 기획전시 '당신은 어떻게 보여지길 원하는가' 의 에필로그는 오늘의 내가 내일의 선비가 될 수 있다는 여운을 줍니다.



목은 이색 선생으로부터 시작해 추사 김정희, 그리고 수많은 선비들의 삶을 들여다본 후 마지막 에필로그의 체험 공간에서 스스로 선비가 되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생소한 체험 공간이었지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는데 유교문화유산의 대중화와 재해석을 통해 전시를 마련한 K-유교활용부의 발간물들이 있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새로운 전시를 기획한 K-유교활용부의 성과를 보며 더 많은 관심과 참여, 후원이 뒤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획전시실 맞은편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문화공간 솔비움이 있습니다. 유교문화와 관련된 교양도서를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솔비움의 촉오문 안으로 들어서면 소규모 전시 공간이 있는데요. 유교 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전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전시품들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선비의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솔비움 전시실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적이 꽂혀 있는 책장이 있는데 옛 서적부터 현대의 동서양 서적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잠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보는 시간만으로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책 한 권을 선택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시간 정도 읽기도 하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독서모임을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휴대전화보다는 책을 더 가까이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을 찾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기획전시 관람은 물론 가족, 학생, 성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연중 마련되어 있어 언제든 방문해서 보람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2024년에는 'K-유교문화 아카데미'와 같은 시민교양강좌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내부를 관람한 후 잠시 바깥을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숙박이 가능한 한옥연수원은 식당을 겸한 관리동과 온고재, 학이재, 박문재 등 선비의 방을 재현한 12채의 숙박동이 있어 선비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제 봄볕이 따스하게 느껴져서 야외 활동에 부담이 없는데요. 마음을 살찌우는 인문학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을 찾아 K-유교의 매력에 흠뻑 젖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종학길 10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월요일 휴무)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