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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 필 무렵 건지산 봉서사에서

서천 가볼만한 곳

2021.08.12(목) 15:23:11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한여름에 배롱나무꽃을 찾기 위해 부러 목적지로 향하는 여행.
부질없이 느껴진다. 도시에 온통 핀 꽃이 배롱나무인데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봉서사로 향하는 길, 길가에 핀 분홍 꽃이 시선을 사로잡으니 자꾸만 멈추고 싶지만,
쌩쌩 달리는 다른 차와 속도를 맞추느라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서운할 필요는 없다. 이 어여쁜 꽃이 여기도 피어있으니깐. 우리의 목적지는 건지산이다.
물론 등산은 아니다. 차로 갈 수 있는 곳. 사실 우리의 진짜 목적지는 건지산에 자리한 사찰, 봉서사다.





햇살마저도 고요하게 내려앉는 시간, 시끌벅적했던 도시를 지나와서 그런지
매미 소리만 가득 채우는 사찰에서의 오후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아니다.
고요한 것은 여기 사찰뿐만은 아니었다. 서천을 여행하는 내내 고요하고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도를 보니 이곳의 주소가 '충남 서천군 한산면'이란다. 지명이 이 지역과 어쩜 이렇게 찰떡궁합일까.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나무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물은 극락전이다. 봉서사에는 이 외에도 삼성각, 심검당, 요사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용히 두 손을 모아 합장한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니 몸도 가벼워진다.





올라오는 길에 어쩐지 믿음직한 느티나무가 우두커니 사찰 앞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비석을 자세히 보니 이곳을 보호하는 보호수란다. 그 수령만 하더라도 5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어쩜 이 보호수는 봉서사가 이 산에 터를 잡기 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봉서사의 창건 시기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조선 후기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 봉서암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18세기 후반에는 존재했던 사찰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작년 서천 여행 때 한말의 독립운동가이신 이상재 선생의 생가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말이란 대한 제국의 마지막 시기를 말한다. 그런데 이 봉서사가
바로 월남 이상재 선생이 어린 시절 공부를 하던 곳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서 공부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까치발을 하고 사찰 너머 풍경을 바라본다. 저 멀리 작은 마을이 보인다.
사찰은 고요하고, 그 주변 나무는 담백하다. 그리고 그 너머 풍경은 고요하다.
부지런히 이 풍경을 담았던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적한 오후, 한산한 사찰의 오후가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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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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