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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가볼만한곳, 배롱나무 필 무렵 문헌서원

2021.08.03(화) 13:09:50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봄꽃이 졌다. 찌르르 울어대는 매미는 여름을 알렸다.
섭섭할 틈도 없이 도시 곳곳에 분홍 꽃이 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길을 나선다. 길은 반듯한 포장도로.

그렇게 굽이굽이 좁다란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드넓은 서원이 펼쳐졌다.
서원이라는 말에 그저 평지에 한옥 몇 채 있는 그런 곳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넓고 평온하다. 
나뭇잎이 바람에 따라 파르르 떨며 우리를 반긴다. 그 옆에 분홍 배롱나무의 잎도 파르르 떨린다. 맞다.
우린 '간지럼 나무'라 불리는 배롱나무를 만나러 서천 문헌서원으로 온 것이다.





충청남도 서천군 기산면에 자리한 문헌서원 뒤편에는 145.5m에 달하는 기린봉이 자리하고 있다. 깊은 심호흡을 한다. 도시와 다른 맑은 공기가 훅 들어온다. 울창한 송림을 배경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서원, 그 서원이 폐 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일단 들어가기 전 문진표를 작성하고 손 소독을 한다. 느지막한 시간에 온 덕분일까. 서원 입구 외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문헌전통호텔'이 보인다. 문헌전통호텔 가격과 전통밥상 가격은 위와 같다.
식사도 할 수 있고 하룻밤 더 머물 수 있는 서원 호텔이라니.  하루 더 머물면 어떤 것이 더 보일까. 

가끔은 이런 곳에 콕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만 들고 가면 식사도 나오겠다 들리는 건 매미와 새소리, 보이는 건 서원과 산!
하루쯤 핸드폰도 내려놓고 인증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강박증도 내려놓고
그렇게 하루 더 머물 수 있는 곳. 다음번에 꼭 다시 찾아와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서원 안으로 들어간다. 





배롱나무 사이로 동상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입구 홍살문을 지나면 좌측엔 작은 연못이 놓여 있다.
연못은 주변을 다 받아주는 거울과 같다. 정자도 희미하게 보이고 주변의 초록도 희미하게 보인다.
돌을 던지면 파장을 일으키며 그 그림을 망쳐놓지만, 결국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잔잔하다.
그 한가운데 정자가 놓여 있다. 정자의 색은 진한 갈색이 아닌 회색빛이다. 

선명하지 않은 색 덕분에 더 이 풍경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색도 초록색도 회색도 다 받아주는 연못. 그 연못을 지나 이제 서원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 서원은 고려 후기 대학자인 가정 이곡 선생과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1576년에 세워진 서원이다. 1984년,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25호로 지정된 문헌서원. 
문헌서원 안에는 보물 제1215호로 지정된 목은 이색 선생의 영정도 만날 수 있다.





문헌서원 바로 옆에는 목은 이색의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완만한 잔디밭과 어여쁜 공원이 제법 잘 꾸며져 있다.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그 드넓은 잔디를 뛰어다녔다.

느지막한 시간에 온 덕분에 우리만의 세상이었다. 
마지막까지 빛을 받아 반짝이는 배롱나무, 서원과 배롱나무라니.
이 조합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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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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