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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순교성지’를 찾아서

2021.02.03(수) 20:51:03하늘나그네(jtpark2014@daum.net)

해미순교성지(Haemi Martyrdom holy ground)는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성지1로 13에 위치한 한국 로마 가톨릭교회의 순교 성지이다. 다른 말로는 '여숫골'이라고도 불린다.
 
이곳 해미성지는 1797년부터 1872년까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기에 충청도와 경기도 평택 지역의 각 고을에서 이곳으로 끌려온 천주교 신자 대략 1천 명 이상이 모진고문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순교터 위에 세워진 성지이다.

처형된 신자의 유해들은 1935년 서산성당의 바로(Barraux) 주임신부에 의해 일부 발굴되었다. 유해는 임시 안장되었다가 1995년 유해 발굴터인 이곳으로 옮겨져 모셔졌다. 성지는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홍보, 모금 활동을 하여 부지를 확보하고 건립을 시작해 2003년 6월 17일 완료하였다.
  

▲해미순교성지 상징처럼 보이는 망루
 
망루는 계단으로 팔각정까지 올라갈 수 있다. 천주교 해미성지 대성당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망루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인다. 망루는 7층 높이에 35m로 계단벽면에는 3위 복자와 무명순교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성전 지붕은 12각정 누각으로 되었는데, 이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농사 중이나 농사 후 농한기에 편히 쉬었던 정자 형태로 지어졌다 한다.
 
한복 입은 성모상
▲한복 입은 성모상
  
성지 입구 뜰안에 설치된 조각상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형상화한 조각상이다. 성모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길다란 비녀를 꼽고 있으며 어린 아기를 가슴팎에 꼬옥 끌어 안고 있다. 성모는 전국 성당 여기저기에 놓여진 성모상 속 서구적인 얼굴과는 달리 한국적 미인상을 하고 있다. 한복과 비녀를 꽂은 한국적인 성모상은 여느 어머니처럼 모성 가득하고 그윽한 표정으로 아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명 순교자의 묘
▲무명 순교자의 묘
 
대략 1천 명 이상의 순교자 중에서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는 132명이다. 순교자 대부분이 무명인 이유는 당시 해미현은 무관영장이 지역 통치를 하면서 권력을 남용하여 자유로이 박해를 하면서도 중앙에 보고하지 않았고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잡아온 천주교인을 죽이는 방법은 다양했다. 사약, 몰매, 참수, 생매장과 함께 물에 빠트려 처형하는 수장형이 있었다. '진둠벙(죄인둠벙)'이라 불리는 웅덩이가 남아 있다. 팔을 묶은 신자를 거꾸로 떨어뜨려서 이 둠벙 속에 쳐박혀 죽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여숫골'이라 부른다. 순교자들이 죽음의 행렬 중에 바쳤던 '예수마리아' 기도 소리가 외인들에게는 그렇게 들렸다고 한다.
 

 
노천성당 모습이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시복한 인언민(마르티노)과 이보현(프란치스코), 김진후(비호) 복자상

순교성지기념관
▲순교성지기념관
 
순교성지기념관 안에는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지름이 15m에 이르는 대형 봉분 형태로 지어진 연면적 176.72㎡(53.46평) 크기 기념관은 입구에 들어서면, 해미 첫 순교자인 인언민(마르티노)과 이보현(프란치스코)을 비롯해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 132위, 무명순교자 30위, 농바위 신자 순교자 17위 등 순교자들의 명단과 내포 및 해미읍성 지도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없는집
 
순례자들이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기기 위해 성경 이어쓰기를 하는 작은 초가집이다.
 

 
2014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곳을 방문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5월 3일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과 103위 시성식을 위해 처음 방문하였고,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은 두 번째이다.
  

 
새로운 종교가 들어오면 기존 체제와 갈등을 겪는 건 당연하다. 전통적 이념이나 국가 권력은 기득권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박해를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천주교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해미순교성지의 고즈넉한 풍경과 순교자들의 고난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절로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까닭에 해미순교성지는 천주교들의 순례지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시민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명순교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해미성지에서 조용히 산책하며 목숨까지 바쳐 지키려 하였던 순교자들의 신앙을 생각해 보는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해미순교자성지를 둘러보고 다시 해미읍성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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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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