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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송불암에서 명상의 시간

천년 소나무와 미륵불이 있는 송불암

2022.12.15(목) 01:48:33수운(hayang27@hanmail.net)

첫눈이 내렸습니다. 지난번에 눈이 오기는 했다지만 겨우 살짝 흩날리고 말았으니, 그래도 발자국이 날 만큼은 쌓여야 첫눈이라고 할 수 있죠. 세상이 덮일 정도로 눈이 오면 설경을 찍으러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요. 바로 천년 소나무와 미륵불로 유명한 송불암입니다.

송불암 천년 소나무와 미륵불
▲ 송불암 천년 소나무와 미륵불

겨우 오후에 시간을 내어 송불암을 찾았습니다. 소나무가 하얗게 눈을 쓰고 있길 바랐지만 거의 녹아버리고 가지에 흰 분칠이 붓 터치처럼 남아있는 정도네요. 송불암은 작은 암자지만 엄연히 조계종 사찰인데요. 이곳을 찾는 분들은 사찰보다는 입구 동산에 우뚝 서 있는 소나무와 미륵불을 먼저 만납니다.

송불암 천년 소나무
▲ 송불암 천년 소나무

송불암 천년 소나무
▲ 송불암 천년 소나무

굼실굼실 용트림하는 듯한 소나무는 가지도 비상한 모양이어서 신성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위로 솟은 게 아니라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게 되어서 가지마다 철 기둥으로 받쳐 놓아서 더 그렇게 보입니다. 수령이 250년으로 보호수 지정이 되어 있는데, 송불암 주지이신 화려 스님 말씀으로는 소나무 전문가가 보고서 족히 오륙백 년은 되었다고 했다는군요.

송불암 천년 소나무
▲ 송불암 천년 소나무

그래서인지 이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으려고 소원을 비는 분들도 끊임없이 찾고 있습니다. 소나무 앞의 작은 돌탑도 그러하겠고요. 소나무 밑동에 놓여 있는 물 항아리와 막걸리도 그런 의미겠지요. 이 소나무에는 막걸리를 두 병 부어주는 것이 일종의 풍습인데요. 매년 단오에는 천년 소나무 탄생을 기리는 소나무 목신제도 지내고 있습니다.

송불암 천년 소나무
▲ 송불암 천년 소나무

천년 소나무 아래 막걸리
▲ 천년 소나무 아래 막걸리

소나무 가지 끝자락에 미륵불이 서 있습니다. 고려 시대 석불로 여겨지는 송불암 미륵불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83호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이곳에 있었던 고려 시대 석불사의 불상이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폐사하였고, 이후 1946년 송불암이 건립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고려 시대 불상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이 오히려 친근해 보입니다. 얼굴 모습이 다른 불상보다 젊은 형상인데요. 손 모습이나 옷자락의 선도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송불암 미륵불
▲ 송불암 미륵불

송불암 미륵불
▲ 송불암 미륵불

불상 아래 발은 아직 눈에 폭 파묻혀 있네요. 발 사이의 돌에는 누구의 소원인지 동전이 끼워져 있고, 어둑해져 가는 저녁을 소원 초가 밝히고 있습니다.

송불암 미륵불
▲ 송불암 미륵불

송불암 미륵불 소원 초
▲ 송불암 미륵불 소원 초

소나무와 미륵불을 지나 오층 석탑을 돌아 대광보전으로 향합니다. 처마의 풍경과 미륵불의 무심한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불과 얼마 전 은행나무가 금빛으로 빛날 때 이곳을 찾았었는데요. 세상은 그새 한 계절이 지나갔습니다.

송불암 오층 석탑과 대광보전
▲ 송불암 오층 석탑과 대광보전

송불암 미륵불
▲ 송불암 미륵불

어제 내린 눈으로 기와들도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약수도 길게 고드름을 매달고 있습니다. 오후가 지나가면서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산중의 사찰은 긴 적막이 흐릅니다.

송불암 기와불사
▲ 송불암 기와불사

송불암 약수
▲ 송불암 약수

송불암 주지이신 화려 스님(법명 경봉 스님)이 보이차 한 잔에 송불암 역사를 들려주시는 동안 밖은 어느새 캄캄해졌습니다. 고려 석불사가 소실되어 사라진 터에 1946년 민가로 송불암을 창건했답니다. 이후 1970년 성연 스님이 주지를 맡았고, 화려 스님은 1970년대 말에 이곳에 오셔서 경연 스님을 모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광보전이 번듯하지만 이십여 년을 군불을 때며 불제자의 길을 걸으셨고, 대광보전은 2000년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송불암 화려 스님
▲ 송불암 화려 스님

군불을 때서 밥을 지어 먹으며 불경 공부를 하던 때가 그립다고 하시는 화려 스님의 말씀에 언뜻 세월의 무상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송불암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직접 쑤어 신도들과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오래 이어져 온 풍습인데요. 전통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팥죽을 먹으러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천년 소나무와 미륵불도 만나고,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 스님 덕분에 명상하기 좋은 송불암을 찾습니다.


송불암
찾아가는 길 :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황룡재로 92-18
문의 전화 : 041-733-6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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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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