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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추억이 있는 이야기

2011.12.22(목) 조연용(whdydtnr71@naver.com)

   

자다가 꿈속에서 쉬가 마려워 이불에 실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추운 겨울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아파트에 사는 요즘 아이들은 추운 겨울밤에 외양간 옆에 있는 화장실까지 나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내가 자라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시골집 화장실은 황소가 음메~ 음메~ 울어대는 외양간 옆에 있는 것이 다반사였다.

집채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솜이불을 간신히 걷어내고 화장실에 나갈라치면 전설의 고향에서 본 온갖 귀신들이 다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밤중에 쉬가 마려워도 가능한 아침이 올 때까지 참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여기던 시절. 쉬를 참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면 꿈속에서도 꼭 쉬가 마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현실에서 억압한 본능이나 욕망은 꿈이라는 무의식을 통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법. 그래서 꿈에서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꿈속에서까지 쉬를 참을 이유가 학문적으로나 생리적으로나 전혀 타당치 않았던 관계로 시원하게 한바탕 쏟아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는 것인데

아뿔싸!~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불에 제주도가 빠진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상황이 이쯤 되면 엄마의 고함이 들려오는 것은 당연지사.

“이 추운 날씨에 빨래가 마르기나 하남? 어쩌려고 다 큰 것이 이불에다 오줌을 싸고 그려”

엄마한테 혼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담장 너머에 사는 또래 이성 친구가 들을까봐 가슴에서 다듬이질 소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럼 잔인한 우리 어머니들 헛간에 걸려 있던 키를 머리에 씌우고 손에는 바가지를 들려서 동네 한 바퀴를 돌리는 것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끔찍하지만 귀여운 추억이다.

   

그런데 부여 장터에 나갔다가 장터 한 켠에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키를 발견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키에 대한 나의 강력한 기억은 곡식의 검불을 골라내는 키의 순수 기능이 아니라 오줌 싸는 아이들 혼내주는 도구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그래도 가만 생각해보면 한겨울에 화장실가다 올려다 본 하늘에서는 별이 금방이라도 작은 눈 속으로 다 쏟아져 들어올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는데....... 가끔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면 그때 눈 속에 담아두었던 별들을 하나 둘 꺼내서 가슴에 살짝 붙여보기도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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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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