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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송림산림욕장 갯벌에서 만난 붉은어깨도요 단상

붉은어깨도요를 관찰하며.....

2015.04.23(목) 18:01:22얼가니(booby96@naver.com)

매년 4월이면 갯벌에는 수 만 마리의 도요새들이 하늘에서 춤을 추곤 한다. 갯벌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고 집단으로 비행하는 모습은 갯벌에 일상이다. 어민들은 이런 갯벌의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비법을 알고 있는 듯 수 천 연간 바다를 터전삼아 살아왔다. 신기하게도 도요새들은 어부가 접근하면 도망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면 삼십육계를 한다.

얼마 전 우연히 서천에서 붉은어깨도요라는 이름도 생소한 새를 만났다. 약 200여 마리의 붉은어깨도요는 서천 갯벌에서는 쉴 새 없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호주에서 장거리 여행을 온 이후 충분히 먹고 다시 시베리아로 떠나야 하는 붉은어깨도요의 여행에 꼭 필요한 행위다. 붉은어깨도요는 서해안의 다양한 조개를 먹는다. 다양한 저서생물이나 곤충들을 먹이로 하는 다른 도요에 비해 갯벌변화에 더 민감 할 수 밖에 없다. 갯벌에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조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먹고 채우지 못하면 도요새들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서해안의 갯벌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들에게는 장거리여행에 필요한 양분을 채울 만큼 충분한 갯벌이 필요하다. 충분한 열량을 몸에 비축하고 장거리비행을 시작해야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갯벌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매립과 개발로 갯벌이 사라지면서 장거리 이동을 하는 도요새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붉은어께도요의 모습

▲ 붉은어께도요의 모습

실제로 서천에서 만난 붉은어깨도요는 새만금이 물막이가 마무리된 2006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 도요·물떼새 연구단의 대니 로저스 박사는 2008년 람사총회에서 "2006년 새만금 물막이 공사 이후 2년간 전 세계 붉은어깨도요의 20%가 사라졌고 2005년 38만 마리인 붉은어깨도요 중 30%가 새만금을 경유해 호주로 이동하는데 약 9만여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매립으로 호주를 월동지로 이용하던 붉은어깨도요의 80% 가량이 죽은 것으로 추정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천에서 만난 붉은어깨도요는 동료의 30%가 죽었다. 육십억 인구 중 20억이 죽는다면 어떻게 될 까? 만물의 영장이라고 주장하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미물이라 여겨지는 새는 30%가 사라졌다. 인간의 30%가 죽었다면 세상은 아마 혼돈의 시대가 됐을 것이다. 사라진 붉은어께도요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터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부는 새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몸으로 체득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새와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먹이를 먹고 있는 붉은어깨도요

▲ 먹이를 먹고 있는 붉은어깨도요


새만금이 사라져 붉은어깨도요가 사라져도 갯벌 매립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갯벌 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1987년 3203.5㎢의 갯벌 면적이 2013년 2487.2㎢로 급감했다.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따르면 1910년대 이후 손실된 한국의 갯벌 면적은 2906.6㎢로 남아 있는 면적보다 많다. 100년 전에 비해 갯벌면적이 절반이하로 줄었다. 단일 사업으로 가장 많은 갯벌을 파괴한 것은 새만금으로 208㎢이며, 시화지구 180㎢, 영종도신공항 45㎢, 송도신도시 16㎢ 등도 대규모 갯벌 매립으로 꼽힌다.

 붉은어깨도요를 관찰한 송림산림욕장 앞에 위치한 갯벌은 2000년대 중반 장항산업단지 매립부지였다. 다행히 주민과 환경단체가 적극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현재까지 유지된다. 때문에 이곳은 봄가을 많은 수의 도요새들을 만날 수 있다. 송림산림욕장의 갯벌이 유지되는 한 붉은어깨도요는 매년 이곳을 찾을 것이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민이 지켜낸 갯벌이다. 정부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주민들의 의식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붉은어깨도요가 찾아온 장항산업단지 예정부지를 지켜냈듯이 농경지에 3.25배 이상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갯벌을 매립의 역사는 이제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70~80년대 개발 패러다임 이다. 갯벌의 생명과 상생의 길을 체득 했듯이 정책적인 보전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붉은어깨도요 처럼 갯벌이 사라지면서 없어져가는 새들을 지켜야 한다. 막힌 제방을 헐고 갯벌을 복원 한다면 새로운 사회로 갈 수 있다. 갯벌의 경제적 생산력뿐만 아니라 멸종의 마지막 희생자가 될 인류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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