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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도공의 얼이 서린 공주 계룡산도예촌

2021.02.24(수) 21:19:51김진순(dhjsdk44@hanmail.net)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에 가면 계룡산 도자예술촌이 있다. 줄임말로는 계룡산도예촌이라고 부른다.
 
5천여 평의 이 마을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30대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도예인 18명이 뜻과 힘을 모아 꾸린 공동체마을이다. 계룡산도예촌은 자연발생지가 아닌 일괄적으로 입주한 전국 최초의 도예촌이기도 하다.
  
지난 93년 입촌을 시작한 이후 도자기 캠프를 운영하는 등 계룡산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고,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등학생들까지 체험활동지로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어린이들의 교육산실로 계룡산도예촌은 자라나는 새싹에게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예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계룡산도예촌은 이같은 활동을 통해 공주와 충남의 문화예술 발전과 의의를 전국에 알리고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눈 내린 지난 겨울, 덜렁덜렁 카메라를 메고 여행 삼아 계룡산도예촌을 방문했다.
  

 
마을 한가운데에 들어서면 이렇게 이정표 같은 도예촌마을 담벼락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제 봄이 오는 길목이어서 운 좋으면 한 번쯤 더 눈구경을 할 수는 있겠으나, 이번 포스팅이 올 겨울 마지막 눈구경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는 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계룡산도예촌 눈구경을 통해 올 겨울 마지막 설경을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 계룡산도예촌은 유명한 백제 도예가 이삼평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가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붙잡혀가 오늘날 일본의 도자기문화를 꽃피웠으니 이삼평과 백제문화, 그리고 계룡산도예촌과 공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녔다. 계룡산도예촌이 어느 정도 지역문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멀리 계룡산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져 아래쪽을 굽어보는 가운데 이삼평의 먼 제자들은 이렇게 도자기를 구으며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린 눈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녹으며 잔설로 인사한다.
  


도예촌에는 전통 도요(陶窯) 즉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를 복원해 놓았다.
  

 
흙으로 빚은 가마터에는 도자기를 구울 수 있도록 황토요로 복원해 놓았고, 불을 지필 수 있는 소나무 장작이 준비돼 있다.
  

 
철화분청사기를 굽는 한 공방에 들어가 보았다.
  

 
도예작가가 도자기를 빚는 모습, 그 옆에는 작가의 프로필과 이력이 있다. 진중하고 섬세하며 세심한 모습의 사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계룡산도예촌은 옛 것을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조형개념을 도입하여 작품 및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의 주생산품은 항아리, 다기도구일체, 화병, 벽걸이, 물잔, 목걸이, 손도장찍기, 인형만들기, 필통, 촛대, 연적 등 다양하다.
   
이곳 계룡산에 도예촌이 자리를 잡게 된 데에는 15~16세기 이 지역 학봉리에서 독특한 제작기법으로 생산된 '철화분청사기'가 '계룡산분청'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지게 된 사실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현재 이곳 계룡산도예촌의 작가들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개인적인 생각을 벗어난 공동의 화두가 있다. 계룡산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철화분청사기의 기법을 복원해 내는 것이다.
 


여러 형태와 문양의 철화분청사기가 만들어져 있다.
 
회흑색의 태토(胎土)에 백토분장을 하고 그 위에 철화로 자유분방한 문양을 빠른 운필을 구사하는 것이 계룡산철화분청사기의 특징인데, 입주작가 모두의 목표는 이를 연구·재현해 현대적으로 계승해내는 것이다.
 
태토는 막걸리색 분장토로 소박담백하며 자유분방한 철화문양을 나타내기 적합하다. 특징적으로 회화성까지 덧붙여 놀라움을 줄 만큼 높은 우리 민족의 미의식이 잘 표현된 도자기로 평가받는다.
   

 
조선의 분청사기는 다소곳하고 꾸밈새가 없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익혀서 그 솜씨를 터득하며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만들었다. 백자를 귀족 부인이라 한다면 분청사기는 시골 아낙 같은 소박한 풍모를 보여주는데, 한국인의 품성적 특색을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룡산도예촌 작가님이 들어 보여주는 이것은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어문병’이다. 이 도자기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어문병은 지난 2014년에 충남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즉 교황 품에 안긴 명품인 것이다.
 
이 철화분청사기 어문병은 전통미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빼어난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으며 겉에는 궐어라고도 부르는 쏘가리가 그려져 있다. 크기는 높이 26㎝에 직경 13㎝이며, 받침대에는 ‘계룡산 철화분청/2014.8.15./대한민국 충청남도지사’라는 문구를 한글과 이탈리어로 혼용해 표기했다.
 

 
철화분청사기의 맥을 잇는 계룡산도예촌. 도예 예술작품의 창작, 전시, 생활 공예품 제작, 판매, 주민(일반인)을 위한 도예문화 교육과 순례 등이 있는 이곳을 코로나19 종식 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주변 관광지로는 계룡산국립공원과 동학사, 갑사, 마곡사, 유성온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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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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