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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悠久)한 섬유역사를 품은 마을, 유구

전통시장에서부터 그림과 타일로드, 공주시 유구를 다시 보다

2020.04.05(일) 17:15:41황토(enike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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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섬유역사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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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역할을 했던 섬유관련 기계인가?
 
공주 유구섬유역사전시관을 찾아간 3월의 마지막 일요일. 한낮의 날씨는 맑고 따뜻했다. 우리나라의 섬유를 대표하는 도시는 대구라고 생각했는데 유구는 좀 생소했다. 전시관에 가면 섬유관련 다양한 정보를 알아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 전시관은 문이 닫혀 있었고 문 앞엔 코로나19 감염예방수칙 안내가 붙였다. 일요일이어서 그랬을까. 언제까지 전시관 문을 열지 않겠다는 알림 글은 따로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 ‘유구의 빛’이라는 시(詩)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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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문 앞에 있는 시 '유구의 빛'

  저 먼 달빛까지 풀어지는
  물항라 저고리를 입은 사람들
  바람은 하늘하늘 유구인견을 수놓고
  시간의 옷자락은 꽃송이로 피어나네
  이름모를 새들의 헤진 옷자락도
  아름답게 꿰매주는 유구 사람들
  유구의 빛은 무명천으로 활짝 피어나
  아름다운 삶을 물들이네
  -'유구의 빛', 이기인

전시관 입구 왼쪽에는 쇠로 된 둥근 모양의 우람한 기계의 일부가 놓여 있다. 어쩌면 방직기계의 중요한 엔진역할을 했던 기계였을까. ‘전시관 내부에는 수직기, 달랭이감기, 작태기, 해사기, 자카드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섬유관련 전시품으로 꾸며져’ 있고 ‘현재 생산되는 섬유를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촉감체험 공간, 유구의 섬유역사 및 생활사 등을 알 수 있는 홍보영상관도 갖추고’ 있다는데 미리 알고 오지 않은 불찰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시관 옆 건물 한 벽에는 ‘ㅎ방직공장의 소녀들’이라는 시가 걸렸다. 그 옛날 호황이던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수많은 소녀들의 피곤함이 아릿하게 다가오는 시. 그때 그 소녀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어둠과 소녀들이 교차하는 시간, 눈꺼풀이 내려 왔네
  ㅎ방직공장의 피곤한 소녀들에게
  영원한 메뉴는 사랑이 아닐까”
   -‘ㅎ방직공장의 소녀들’ 일부, 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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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옷을 입은 비둘기, 베를 짜는 공주, 실타래를 들고 있는 고마곰들이 유구가 섬유도시임을 알려준다

색동옷을 입은 비둘기,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공주, 고마곰의 손에 든 실꾸러미 등 공주시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유구가 섬유고장임을 확인시킨다. 전시관을 들르지 못했지만 나는 유구에 와서야 섬유역사의 한 획을 담당했던 유구를 ‘발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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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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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한산한 시장
 
전통시장 근처를 걷다 보면 타일로 된 모자이크벽화가 이어지는 길이 있다. 타일조각을 일일이 붙여서 한 형태를 완성한 ‘작품’들이다. 벽화가 평면인가 하면 실제 앉을 수 있는 입체적인 소파 모형 타일도 있다. 도자기를 사용해 정교하게 표현한 고종임금의 얼굴은 언뜻 세종대왕으로 착각하게 한다. ‘유구섬유는 구한말 고종의 어의를 짓는데 사용된 점을 기념하여 모자이크 타일 벽화’를 만들었단다. 임금의 타일벽화 옆에는 2014년 11월 유구 문화예술마을만들기사업이 있었다는 글이 있다. 하지만 벽에 붙인 글은 떨어지고 해져 보이지 않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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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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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앉아 있는 타일의자 옆의 쪽파화분들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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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와 사슴들이 있는 타일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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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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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앉아 있는 타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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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만당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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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고 아늑한 골목길, 타일벽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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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고종 임금이 입은 어의, 오른쪽에 '사업'관련 글이 떨어져 있다
 
타일벽화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또 다른 벽화. 이번엔 수채화처럼 부드럽게 그려진 그림벽화를 만났다. 베를 짜는 여성, 주름진 할머니가 한 올의 실을 꿰는 모습, 또 실타래가 모인 그림 등은 유구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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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공장 벽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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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느낌의 그림벽화들이 유구의 섬유역사를 말해준다
 
마을을 둘러보는 내내 따뜻하게 다가오는 아늑함이 정겨웠다. 한때는 섬유도시를 대표했던 유구.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 집의 옷들은 어떤 섬유인지 다시 돌아보게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꼭 다시 들러보고 싶다. 전시관을 통해 섬유역사를 감동으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돌아가는 길. ‘ㅎ방직공장의 소녀들’의 시가 그대로 살아 공장의 기계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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