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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향 내리는 논산 종학당 봄 풍경

기호유학의 중심 논산의 파평윤씨 문중학교 종학당

2020.03.03(화) 17:09:52계룡도령춘월(mhdc@tistory.com)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산들거리며 불어대는 봄바람 속에 아름다운 꽃향기가 실려와 문득 논산의 자랑 종학당의 매화꽃이 얼마나 피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종학당 주변에서는 '충청유교문화원'을 짓고 있어 작업용 연장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와 좀 어수선하긴 해도 봄을 맞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종학당 입구의 높다란 홍살문을 경계로 들어서면 종학당과 정수루, 백록당, 숙사인 보인당이 있고, 바깥에는 1970년대부터 매년 수천억을 들여 세운 영남학파와는 달리 충청유교문화원이 이제야 겨우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1997년 12월 23일 충청남도의 유형문화재 제152호로 지정된 종학당(宗學堂)은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에 자리하고 있는 파평윤씨 문중의 자녀와 내외척, 처가의 자녀들이 모여 교육을 받던 교육 도장이었다가 지역 일반인들도 교육을 받도록 한 지역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한 사립학교였답니다. 또, 종학당 수학생에게는 생활을 위해 곡실 등을 나누어 주며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니 공부에 재능이 있으면 참 좋은 기회였겠죠?
 


종학당은 인조 후반기에 윤증의 큰아버지인 윤순거(尹舜擧)가 세운 일종의 집안 학교로 일반 서원이나 서당과는 다르게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두고 학칙도 정하여 시행하였으며, 종학당에서는 초급과정으로 천자문·통감·소학을 배우고 상급과정으로 사서삼경을 학습했다고 합니다.
 
파평윤씨 노종윤문의 사립학교인 종학당은 할아버지인 팔송 윤황 선생은 문정(文正)과 아버지인 노서 윤선거 선생은 문경(文敬), 그리고 본인 명재 윤증 선생은 문성(文成), 그렇게 내리 3대가 왕으로부터 시호를 받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영광스러운 가문으로 충청유교문화를 빛낸 인물들입니다.
 
파평윤씨가 불과 2~3세대 만에 연산의 광산김씨, 회덕의 은진송씨와 더불어 호서삼대족(湖西三大族) 중 하나로 조선 명문가가 된 것은 바로 종학당의 문중 교육에 힘입은 바 컸다고 할 것입니다.
 

 
한여름 뙤약볕에 붉게 타오르듯 피어나는 배롱나무가 멋진 종학당은 이 봄 매화가 아니어도 전국의 사진가들을 불러 모으는 훌륭한 장소랍니다.


 
종학당의 아름다운 정수루로 들어가는 대문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검은 돌이 하나 보이고 그 뒤에는 소나무가 서 있는데, 전 소련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종학당을 방문한 기념으로 심은 나무랍니다.
 

 
그리고 왼쪽을 바라보면 종학당 유래비 뒤로 최근에 지어진 건축물인 보인당이 있는데, 보인당이란 이름은 예전 상월에 있던 학당의 이릉이며 기숙사 또는 체험학습장,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이면 파평윤씨 집안의 아이들이 와서 가문에 대한 것을 비롯해 기본적인 예절과 인성을 배운다고도 전합니다.
 


정수루로 가는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키 큰 나무들이 가득한데,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노란색의 꽃을 피우기 위한 몽오리들이 가득 달린 산수유입니다. 
 

 

 
그리고, 매화와 홍매화 그리고 청매화까지 다양한 매화나무들이 있어 매화의 고고한 향기에 취하게 된답니다.


 

 
특이한 형태의 정수루와 백록당은 종학원의 정수라 할 것입니다.
 


정수루는 정면 중앙에 편액 ‘정수루(淨水樓)’가, 오른쪽과 왼쪽에는 ‘향원익청(香遠益淸)’·‘오가백록(吾家白鹿)’이란 편액이 각각 걸려 있으며 종학당과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서재 마루와 누각이 연결되어 있고 학문을 토론하고 시문을 짓던 장소로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편액의 글귀 중 '향원익청'은 송나라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愛蓮說)'과 관련되어 있으며 '멀리 퍼지는 향기가 더욱 맑다'라는 뜻으로 '군자의 바른 덕행이 오래도록 전해지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 합니다. 송의 대유학자 주자가 살던 곳을 백록(白鹿)이라 하였는데, '오가백록'은 '내가 사는 곳이 백록'이라는 뜻으로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사슴처럼 고결하게 살고자 했던 의지를 나타낸 구절이라 합니다.
 

 

 

 
너무 일찍 와서 싱싱한 매화의 개화 소식을 전하려 했던 계룡도령의 의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우려와 달리 백록당과 정수루를 지나 종학당의 오른쪽 비탈에 있는 매화나무가 꽃을 피워 반겨주니 그건 기우였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매화의 싱그러운 향기가 이렇게 반갑기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모든 나무가 다 활짝 핀 것은 아니고 수많은 매화나무 중에서 몇 그루 몇 가지만 핀 것이긴 하지만, 너무 반가웠답니다.

아마도 이번 주가 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은데 꼭 한 번 다녀 가세요.
 

 
정수루가 아주 특별해 보이죠?

해방 후 마을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놀다가 잘못해 불을 내면서 절반 가량이 타 버려 새롭게 복원하였는데 어디부터인지 찾을 수 있을까요?

직접 방문해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종학당을 둘러보고 매화의 향기에 취해 돌아 나오는 길의 홍살문 사이로 보이는 파평윤씨 오방파의 묘소입니다.

이곳에서 병사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데 매번 훌륭한 선조의 뜻을 기리며 공부에 매진했을 종학당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했을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충청유교문화원이 들어서면 이제 명실상부한 기호유학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될 종학당은 지금 봄꽃이 한창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이번주가 아마 최대의 만개한 꽃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둘러 준비하세요.

절정이 지나기 전에 꼭 다녀가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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