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미디어플러스

 
요즘, 산책하기 좋을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걷기 좋은 숨은 명소를 찾아 잠시 나들이에 나서 보았는데요, 필자가 찾은 곳은 홍성군 홍성읍 고암리에 소재한 홍성 역재방죽공원으로 홍성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담한 공원입니다. 날이 좋을 때는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쉼없이 이어지고 홍성을 여행하는 관광객들도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을 정도로 수변 데크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역재방죽공원 입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의견비 동상입니다. 의견비 동상은 농부와 충성스러운 개의 모습을 형상화했는데요, 역재방죽공원이라는 이름 속에는 주인을 위하여 의롭게 죽어간 개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수변 데크길을 걷기 전,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들과 그 옆으로 의견비에 얽힌 이야기를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옛날에 한 농부가 자신이 기르던 개와 함께 장에 다녀오던 중, 이 부근 역재방죽 언덕에서 잠시 쉬다가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농부가 잠들어 있던 그 주변에 원인 모를 산불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충성스러운 개는 주인을 깨웠지만 술에 취한 주인은 일어나질 못했고, 개는 언덕 아래 연못을 오가며 농부 주변의 잔디에 물을 흥건하게 적셔 주인을 살려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농부는 주인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충성스러운 개를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고이 묻어주고 해마다 넋을 위로했다고 전해져 오는데요, 사람들은 연못 가운데 있는 이 섬을 '개섬'이라 했고, 연못을 '개방죽'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근처에 역(驛)이 생기면서 '역개방죽', 지금은 역 주변에 있는 연못이라 하여 '역재방죽'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공원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니 위험에 빠진 주인을 구한 의견(義犬)과 개를 위한 주인의 마음이 감동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역재방죽'은 1930년대 조성된 인공습지로 홍성군은 2011년에'역재방죽' 주변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역재방죽공원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산책길과 연못 위로 수변 데크길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데요, 중간중간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앉아 쉬었다 가기에도, 잔잔한 연못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연못 중앙에는 의견비 설화에 얽힌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주위로 올여름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푸른 연잎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그 사이로 핑크빛 연꽃들이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연못의 푸른 물결은 물론이고, 홍성문화원과 인근 아파트 단지가 연못에 반영되어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합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역재방죽공원에도 조금씩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됩니다. 녹음이 가득한 공원은 어느새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바람마저 솔솔 불어와 초가을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잠자리들도 따뜻한 햇살이 좋은지 오가는 사람들의 인기척에도 그대로 자리에 머물며 가을을 전하고 있습니다.  
 

 
홍성 역재방죽공원은 인근 지역민들을 위한 휴식공간과 자연생태적 가치가 높은 생태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생식물과 육상식물, 특히 멸종 위기종의 야생식물인 가시연꽃과 원앙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의견설화'를 간직한 역재방죽공원을 찾아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녹음 짙은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는 계절, 홍성의 숨은 명소를 찾아 산뜻한 풍경들을 감상하며 호젓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역재방죽공원
-충남 홍성군 홍성읍 고암리 9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