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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방식대로 피는 꽃들의 당당함

이야기로 만나는 천리포수목원 ⑬ 밤송이해당화

2017.06.18(일) 16:19:15도정신문(deun127@korea.kr)


꽃이 핀 자리에는 복어 같은 가시망울이 맺힌다. 이 망울 때문에 밤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름의 방식대로 피는 꽃들의 당당함 사진

▲ 꽃이 핀 자리에는 복어 같은 가시망울이 맺힌다. 이 망울 때문에 밤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79년 일본에서 가져와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내려
 
일반 품종보다 크고 수수해
붉은 열매 매력 관상용 인기

“경상도 분이시죠?” 충청남도 태안에 산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금방 고향을 들킨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이야기하면 대체로 많은 분들이 “회는 실컷 먹었겠다” 하신다. 부산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가까우니 회를 즐겨 먹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부산에 살던 집은 바다와 멀었고, 회도 썩 자주 먹지 못했다. 오히려 태안에 와서 바다는 매일 볼 수 있게 되었고, 싱싱한 회를 먹을 기회도 더 많아졌다. 바닷가 모래밭에 자라는 해당화도 태안에 와서 처음 보았다. 부산에 살면서 지나다 만난 적이 있을 법한데 기억을 못하는 걸 보면 제대로 해당화를 알고 느끼지 못한 거다. 바닷가에 접한 천리포수목원에 일하는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종류의 해당화를 매년 보고 있으니 부산사람 충청도에 와서 출세했다.

출세한 김에 자랑 좀 해야겠다. 이번에 소개할 ‘밤송이해당화(Rosa roxburghii f. normalis Rehder & E.H.Wilson)’는 1979년에 민병갈 설립자가 일본에서 직접 묘목으로 가지고 온 나무다. 록스부르기장미에서 파생된 품종으로 나무를 여기저기 수소문 해봐도 없는 걸 봐서 아마도 국내에서 이렇게 오래 자란 밤송이해당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천리포수목원 뿐인 것 같다. 높은 열기와 습기에 강하고 그늘과 척박한 흙에서도 잘 자라서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키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닷가 인근에 자라는 해당화가 기껏해야 1~1.5m 크기인데 비해 밤송이해당화는 1.8m에서 높게는 3m까지 자란다. 선명한 홍자색의 꽃을 피우는 해당화와 달리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색의 꽃이 핀다. 해당화는 오밀조밀하게 주름지며 5~7개의 작은 잎들이 어긋나서 달리고 줄기에 촘촘히 가시가 있다. 밤송이해당화는 9~15개의 작은 잎들이 어긋나서 달리며 줄기에 성글게 가시가 돋아나 있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라 그럴까? 해당화에게 언니가 있다면 밤송이해당화가 어울릴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키도 크고, 색도 연하고, 가시도 적은 모양새가 얌전하고 부드러운 언니 같다. 착한 언니도 나름의 무기가 있는데, 바로 밤송이를 연상시키는 꽃봉오리와 열매이다.

매끈한 꽃봉오리를 내놓는 해당화와 달리 밤송이해당화는 귀한 꽃을 보호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가시를 드러낸다. 그리고 꽃을 피운 다음 꽃이 핀 자리에 2cm 정도의 열매가 맺히는데, 복어 마냥 뾰족한 가시가 둘러져있다. 이러한 가시 때문에 서양에서는 ‘밤’, 또는 ‘밤나무’란 뜻으로 ‘Chestnut Rose’라 부르고, 우리나라 ‘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에는 ‘밤해당화’라고 표기되어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별도로 ‘천리포수목원 식물명 국명화 기준안’을 두고 외국에서 들여온 식물의 이름을 명명하고 있는데, 밤송이를 닮았다 하여 ‘밤송이해당화’라 부르고 있다. 일전에 수목원을 방문한 지인에게 이 식물의 이름을 ‘밤해당화’라 말했더니 ‘낮’과 반대인 ‘밤’의 의미로 받아들여 밤에 꽃이 피느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좀 더 친절하면서도 오해를 하지 않도록 천리포수목원에서 지어 준 ‘밤송이해당화’라 부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원래 해당화는 꽃도 아름답지만, 늦여름 붉게 익어가는 열매도 탐스러워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비타민C와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해당화 열매는 면역력 증진이나 피로회복, 각종 성인병 예방과 개선에 효과가 있어 식용 또는 약용된다. 효능과 함께 아름답기까지 한 해당화 열매는 새나 사람들이 즐겨 찾게 되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똑똑한 언니 밤송이해당화는 동생과 조금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화려한 색으로 익어 시선을 끄는 대신, 열매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열매의 이동을 돕는 까끌까끌한 가시를 만들어 사람이나 동물의 털에 달라붙기 쉽도록 진화했다. 단정한 외모보다는 기능에 신경을 쓴 셈이다.

봄의 끝자락이자 여름의 문턱에서 밀러가든 큰 연못 가장자리 담장에 기대어 키 큰 밤송이해당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40년 가까이 자란 나무는 담장을 넘어 도로까지 줄기를 뻗어 분홍색 꽃송이를 내보인다. 길 건너편 언저리에는 키 작은 해당화가 이미 꽃을 피워 열매를 키우고 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삶을 이어가는 두 나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최수진/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
bestpr@chollip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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