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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재난에서 기적으로, 123만의 기억

기억하고 또 기억하자!

2024.04.02(화) 22:10:54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완연한 봄기운이 땅에서, 하늘에서 느껴지고 있습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에서는 지금의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벚꽃을 그려내기 어렵습니다. 봄이 되니 그토록 쌀쌀하고 황량한 겨울의 풍경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인간의 예측성은 이기적인 모순으로 자연과 대립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나 자신과 관련된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는 예측은 재해(災害)를 만들어냅니다.     

봄과 바다는 사람을 설레이게 한다
▲ 봄과 바다는 사람을 설레이게 한다

재해는 인위적인 것과, 천재지변(天災地變)과 같은 자연재해가 있습니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예측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경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할 수 있지요. 예방할 수 있는 재해가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안전 불감증이나 괜찮겠지.... 하는 안이함에서 비롯되지요.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기적인 생각이나 돈 때문에 무리한 결정을 하면 선박이 침몰하거나 사고가 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상이 악화하여 바람이나 파도가 강해지면, 바다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들은 주의를 해야 합니다.

방제 선진국을 위한 태안 주민들의 마음
▲ 방제 선진국을 위한 태안 주민들의 마음
    
인위적인 재해가 자연적인 재해로 확산된 사례가 있습니다. 2007년 12월 7일, 서해의 태안반도를 덮친 시커먼 기름입니다.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선이 충돌하여 원유 7만 8918배럴이 바다에 쏟아져 태안반도를 덮친 것입니다. 그토록 푸르던 서해가 벙커시유의 검은색으로 뒤덮여서 재앙의 바다가 되었지요. 당시 바다는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었는데,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해상크레인을 거제도에 있는 조선소로 무리하게 돌려보내기로 한 결정이 엄청난 재앙이 된 것입니다.  

만리포해수욕장으로 몰려드는 검은 기름파도
▲ 만리포해수욕장으로 몰려드는 검은 기름파도

삼성중공업은 인천대교 공사를 마치고 1만 2000톤급 해상 크레인 부선 삼성 1호를 경남 거제도에 있는 조선소로 이동시키는 중이었습니다. 해상 크레인을 예인선 2척이 끌고 있었지요. 강한 바람과 거친 파도로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예인선단과 크레인선과 소통을 제대로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서해 북서쪽으로 8km 지점에서 예인선 1척의 고장으로 복원력을 잃고 표류하던 크레인선이 위태롭게 파도에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거친 파도에 밀려 태안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14만 6868톤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충돌하였습니다. 원유 7만 8918배럴(12,547㎘)은 죽음의 사신처럼 태안반도 해변으로 밀려들었습니다.

기름에 뒤집어 쓴 채 죽어가는 갈매기
▲ 기름에 뒤집어 쓴 채 죽어가는 갈매기

유난히 추웠던 2007년 12월 7일, 눈이 많았던 2008년 1월 그리고 2월 달 설날이 지나면서 죽음의 바다는 육지의 생명들까지 집어삼켰습니다. 갈매기들이 갯벌 위에서 까만 원유를 뒤집어쓴 채 죽고, 해변에서 노닐던 고양이들이 기름이 묻은 부직포와 기름쓰레기 속에서 죽었습니다.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자원봉사자들이 죽고, 소원면 주민들이 두통과 구토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묵묵부답(默默不答)이었고, 정부는 우왕좌왕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요. 처음 겪는 엄청난 재난 앞에 정치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찍은 유류피해기념관 안 사진들
▲ 당시의 상황을 찍은 유류피해기념관 안 사진들

당시 사진을 유류피해기념관 안에 전시했다
▲ 당시 사진을 유류피해기념관 안에 전시했다

흉흉한 소문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태안반도에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군청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양동이와 부직포, 호미와 삽으로 소원면의 만리포, 천리포, 파도리 해안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했습니다. 2007년 12월 13일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자, 일반인들의 후원금들이 모였지요.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한 달 후에 지급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의 자원봉사 모습
▲ 정치인들의 자원봉사 모습

유류 피해 전 주민들의 갯벌 작업 모습
▲ 유류 피해 전 주민들의 갯벌 작업 모습

태안을 되살리자는 국민들의 응원이 점차 확대되면서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17대 대통령 후보들까지 동참하면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인구 6만의 태안에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어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모래에 박힌 기름을 삽으로 퍼내면서 태안반도가 생명의 호흡을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름띠를 무색하게 만든 인간띠의 기적적인 모습
▲ 기름띠를 무색하게 만든 인간띠의 기적적인 모습

123만의 인간띠 모습
▲ 123만의 인간띠 모습
 
심정지가 와서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듯이, 죽음의 기름을 뒤집어쓴 태안반도가 쓰러지자 123만 명이 달려와서 심폐소생술을 한 것입니다. 죽음의 기름띠를 생명으로 바꾼 인간의 띠.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 낸 기적은 절망을 희망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온 고사리 손들이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기름이 묻은 부직포를 자루에 담는 모습은 눈물겹습니다. 직장인들이 주말에 자원봉사를 오기도 하고,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오기도 하고, 종교인들과 경로당 노인들까지 몰려와서 죽음의 기름띠를 걷어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고귀한 봉사 모습
▲ 자원봉사자들의 고귀한 봉사 모습

46억 년의 지구 역사와 바다는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수십억 년을 이어온 생명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하는 데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세계인들은 태안반도의 앞바다가 재생하려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태안반도 앞바다는 100일 만에 기적의 푸른 파도를 일으키더니 1년이 지나면서 점차 재생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다시 살아나는 바다의 모습을 표현한 전시관 내부
▲ 다시 살아나는 바다의 모습을 표현한 전시관 내부

2008년 2월 21일에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안반도의 기름을 제거하는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그 후 3월 20일에는 16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습니다. 123만 명의 숫자는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중복된 숫자까지 합치면 400만 명이 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인력이 참여한 것이죠. 전 국민의 10%가 참여한 자원봉사가 어느 나라에 있을까요? 세계인들이 기적이라고 놀라는 이유입니다.

희망을 의미하는 유류피해극복 기념관 내부의 조형물
▲ 희망을 의미하는 유류피해극복 기념관 내부의 조형물

2008년 초여름, 서해로 어선들이 출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안 해안국립공원과 해안가에 갈매기가 날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바다 속에서 갯벌 속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종자가 말라버린 갯벌의 생태계는 폐허가 되었지만 푸른 바닷물이 몰려오면서 점차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검은 기름이 덮쳤던 천리포, 만리포, 파도리 앞바다에도 생명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태안반도 앞 서해는 그렇게 현실적인 고통과 미래의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지요.  

기념비적인 기적을 기억하자는 문구
▲ 기념비적인 기적을 기억하자는 문구

인위적인 재난에는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인간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지요.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은 또다시 재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인 재난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홍콩의 선박회사와 삼성중공업은 책임을 피하기만 했습니다.   

방제 작업하는 모습의 조형물
▲ 방제 작업하는 모습의 조형물

중앙정부는 재정지원을 하면서 사고에 대한 책임은 피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중공업도 도의적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며 보상금 2,900억 원을 내놓으면서 직접적인 책임을 피했습니다. 법원은 예인선 선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장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에 벌금 2천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이로써 거대한 재앙의 법률적인 책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을 알리는 그림 그리기 행사
▲ 아이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을 알리는 그림 그리기 행사

삼성중공업의 보상금을 실행하기 위해서 관계자들이‘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를 만들었지만 목적사업의 자금 배분보다는 회원들의 운영비로 보상금을 탕진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역 발전기금과 주민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돈이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 운영진들의 활동자금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갈등과 반목을 낳은 이번 태안유류피해의 아픈 교훈입니다. 정부가 TF팀을 만들어 삼성중공업과 홍콩 선적회사 그리고 주민 대표단이 함께 방제 작업을 비롯한 복구 작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했어야 옳았지요.  

유류피해기념관의 모습
▲ 유류피해기념관의 모습

이름 없는 지역신문인 "태안신문사"’에서 '5840일의 기록'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2007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6년의 긴 여정을 취재했던 자료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5840일 동안 서울의 삼성본사와 대전 지방법원 그리고 기적의  현장을 취재하면서 신문으로 발행한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2월에는 ‘태안유류피해극복 기념물’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만리포해수욕장에 지어진 ‘유류피해극복 기념관’은 당시의 모든 자료들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지요.  
 유류피해기념관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 유류피해기념관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 모든 자료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교훈이 될 것입니다. 인위적인 재난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가 놀라는 기적을 일구어낸 2007년 12월 7일부터 방제를 도왔던 123만 명의 노력에 찬사를 보낼 것입니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난을 복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하는 것은 정말 더 중요합니다. 재난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만리포 전망대가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 만리포 전망대가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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