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겨울 보령 여행 이야기 Ⅰ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산 205

2024.01.20(토) 08:20:45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천북굴단지에서 서해랑길을 걷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대게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겨울의 한가운데 이맘때 바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유년 시절 나가면서 보고 들어오면서 보던 바다가 그리울 줄은 미처 몰랐다. 고향의 바다는 겨울이면 언제나 사나웠다.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 파도도 높았고, 때로는 격한 눈보라가 몰아치기도 했었다.
 
이런 동해에 비해 서해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 찾아가는 대천 바닷가 가는 길에 들린 모산도 앞 천수만은 썰물 때라서 그런지 너른 갯벌이 드러났고 그 갯벌에 굴을 따는 사람들이 있다. 이 방조제를 지나자, 굴로 유명한 천북굴단지가 나타났다.

모산도 안내판
▲ 모산도 안내판

갯벌에서 굴 따는 사람
▲ 갯벌에서 굴 따는 사람

이번 겨울 천북굴축제는 지난달 초에 끝이 났지만, 2월까지는 굴이 제철인 모양이다. 굴축제에 달아놓았을 만국기가 펄럭이는 천북굴단지에 즐비한 가게들 앞에는 굴이 담긴 자루가 쌓여있다. 천하에 없는 진미라 하더라도 시장하지 않으면 진정한 맛을 모르는 법. 배 속을 비우기 위해 천북굴단지 뒤편으로 나 있는 서해랑길 62코스 일부 구간을 걸어본다.

천북굴단지 상가
▲ 천북굴단지 상가

물 빠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
▲ 물 빠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

천북굴단지 조형물
▲ 천북굴단지 조형물

서해랑길 62코스는 오천의 충청수영성에서 보령방조제와 하만저수지를 거쳐 천북굴단지까지 약 15.9km 정도 된다고 한다. 입구에 걸려있는 서해랑길 리본을 보니 나는 또 가슴이 뛴다. 해남 땅끝에서 인천 강화까지 1,800km나 되는 먼 길을 걸어볼 날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모든 것이 시들고 사라진 이 겨울 사철 잎 푸른 소나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지의 나무 밑에 붙은 니들포인트아이비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니 놀랍다.

서해랑길 62코스
▲ 서해랑길 62코스

서해랑길 62코스 표지판과 리본
▲ 서해랑길 62코스 표지판과 리본

한겨울에도 푸른 니들포인트아이비
▲ 한겨울에도 푸른 니들포인트아이비

썰물에 드러난 넓은 갯벌에 경운기와 트랙터가 있고 굴을 따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채취된 굴이 굴단지 가게로 공급되는 모양이다. 굴이 가득 담긴 굴자루를 보니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동요 「섬집아기」가 생각나 흥얼거려 본다. 지금은 잘 지어진 집들이 들어서 있는 바닷가에 굴을 따는 엄마와 아기가 살았을 것 같은 초가집을 그려본다.

갯벌의 경운기
▲ 갯벌의 경운기

채취한 굴이 담긴 굴자루
▲ 채취한 굴이 담긴 굴자루

이 길은 대부분 천북굴단지에 왔다가 잠깐 길을 걸어보는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배낭을 메고 서해랑길을 걷는 사람도 더러 있다.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지만, 그 걸음걸이에 응원을 보낸다. 길 위에는 길을 걷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있고, 걸어온 거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길을 걸어 본 사람은 안다.

서해랑길을 걷는 사람
▲ 서해랑길을 걷는 사람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 제철 산지에서 먹어본 굴은 참으로 신선하고 맛있었고 사 들고 나온 깐 굴 봉지에서 나는 냄새는 그렇게 향기로울 수 없다. 


청북 청보리밭 그리고 대천 바닷가 해넘이
   
살아 있는 많은 것들이 누렇게 변해버린 한겨울에 푸른 청보리가 자라는 보리밭이 있고 지금은 카페로 변한 폐허 된 목장이 있어 찾아가는 청북 청보리밭 가는 40번 국도변에는 목장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예로부터 목축업이 번성했던 지역인 모양이다.
 
도착한 청보리밭 정문은 잠겨 있어 알아보니 특이하게 매주 화요일이 휴무라고 한다. 대문 너머 늦가을에 파종했을 것 같은 청보리가 자라 밭을 덮고 있고 언덕 끝에 목장 창고와 교회당의 종탑만 다음에 다시 오라는 듯 멀리서 무덤덤하게 서 있다.

청북 청보리밭과 청보리창고카페
▲ 청북 청보리밭과 청보리창고카페

아쉬운 발길을 돌려 도착한 대천 바닷가는 지난여름 그 많았을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바람만이 오갈 뿐 한산하기 그지없어 긴 백사장을 걷기에 그만이다. 꼭 일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바다에서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해본다. 의아한 것은 서해는 동해보다 소금기 밴 비릿한 바다 냄새가 덜 나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유년 시절 머릿속에 들어와 있던 고향의 바다 냄새가 그 바다에 가면 더하는 것인지 그것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얼마 후 서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해가 바다 가까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온전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서둘러 삼각대를 세워보는데 어디서 온 구름인지 없었던 구름이 해수면에 퍼지더니 내려오던 붉은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해 질 녘 대천 바닷가
▲ 해 질 녘 대천 바닷가

해 질 녘 대천 바닷가
▲ 해 질 녘 대천 바닷가

해가 지는 풍경은 세월이 얼마나 흘렀어도 세상이 얼마나 변하였어도 태초부터 지금 이대로였을 테고, 곁에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어디서라도 사람을 숙연하게 하고 겸허하게 한다.

해가 지고 난 뒤 대천 바닷가 풍경
▲ 해가 지고 난 뒤 대천 바닷가 풍경

해가 지고 난 뒤 대천 바닷가 풍경
▲ 해가 지고 난 뒤 대천 바닷가 풍경

해가 지고 나면 대지에도,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쉬이 어둠이 몰려온다. 하나, 둘 각자가 가야 할 곳으로 떠나버린 황혼의 바다는 점점 어두워지고 우리도 하룻밤 묵을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천북굴단지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천북 청보리밭, 청보리창고카페
충남 보령시 천북면 하만리 176-6
운영시간 : 10:00~18:00(매주 화요일 휴무), 반려견 동반 가능

 

설산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설산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