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tv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속에 공주 정안천이 얼핏 배경으로 보였습니다. 종종 찾던 곳이라 반가웠어요. 한편으로 생각하니, 지난 7월 대폭우로 정안천이 범람하면서 출입이 제한된 이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한 번 찾아보자 하고, 햇살 따스하고 바람 선선하여 걷기 좋은 날을 잡아 정안천으로 향해 보았습니다.
▲ 공주 정안천 메타세쿼이아 숲길언제나 그렇듯 정안천 메타세쿼이아 숲길에는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 동행인과 대화를 즐기며 걷는 사람들, 모처럼의 나들이를 사진에 기록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tvN 드라마 속 장면에서 스쳐 갔던 사각지붕 정자에는 커플이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 공주 정안천과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가을색을 입기 시작했다.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나와 정안천생태공원 쪽으로 자리를 옮겨 봤습니다. 잠시 머물렀던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돌아보니 군데군데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이곳에도 가을이 바짝 다가와 있었습니다.
▲ 정안천생태공원의 연꽃정원1▲ 마른 연 줄기 위에 앉아 있는 고추잠자리정안천생태공원을 대표하는 연꽃정원도 둘러보았습니다. 연꽃을 볼 시기에는 찾아오고 싶어도 폭우로 찾아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모처럼 찾은 정안천생태공원이어서 싱싱한 연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치 제 심정을 대변하듯 고추잠자리들은 연꽃정원 곳곳을 누비며 날다가 쉬다가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 정안천생태공원의 연꽃정원2▲ 연잎1▲ 연잎2'이 무슨 장난이지?' 싶은 게 정안천생태공원은 비 피해가 심했던 곳이지만, 연꽃정원 중에는 바닥이 완전히 메말라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바짝 마른 바닥에 바짝 마른 연잎들도 보입니다. 연꽃이 한창 예쁠 때 이런 풍경을 목격했다면 실망이 컸을 텐데요, 가을 감성이 발현되었기 때문인지 은근히 멋진 장면으로 느껴졌습니다.
▲ 정안천 1▲ 정안천 2생태공원 반대쪽인 정안천 쪽으로 시선을 돌려 봤습니다. 오리 떼와 왜가리들이 놀던 곳에는 단 한마리의 새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먹이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서식처를 옮긴 듯했습니다.
▲ 정안천 3정안천과 그 주변은 폭우 피해가 완전히 복구된 건 아니어서 탐방로 곳곳에는 흙더미가 여전히 쌓여 있었는데요, 정안천변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지들은 그 피해 흔적을 한층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 정안천 4▲ 도꼬마리(창이자(蒼耳子) 또는 이당, 저이(猪耳)라고도 부르며, 씨를 약재로 사용한다.▲ 가시박폭우는 정안천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 듯했습니다. 갈대와 억새 너머로 모래톱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열매에 가시가 달린 도꼬마리와 가시박도 전에 왔을 때보다는 눈에 잘 띄었습니다. 오리 떼와 왜가리들이 생활하던 곳을 옮긴 것처럼 식물들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자리를 옮겨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정안천5▲ 코스코스 정원갈대와 억새가 가을 감성을 부추기는 정안천변을 따라 하류 쪽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연꽃정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뜻하지 않게 코스모스 군락지를 만났습니다.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장관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정안천에 오면 이런 행운을 만나게 되니, 일 년에 몇 번씩은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 정안천6정안천 끝에 아파트 단지와 고층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안천생태공원 탐방의 최종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였습니다.
▲ 중산천과 정안천의 합류 지점중산천과 정안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중산천 위에 보도교가 놓여 있었습니다. 1년 넘게 계속됐던 공사가 끝나가는 모양입니다.
7월 중순에 폭우 피해를 본 정안천은 2~3개월이 지난 현재는 본래의 모습을 거의 찾은 듯합니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정안천의 2023년 여름 풍경을 놓친 만큼 본 모습으로 돌아와 예쁜 가을 풍경을 선사해 줄 즈음에는 다시 한번 꼭 찾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