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저수지로서는 덩치가 가장 크다는 예당호를
수원지로 갖고 있는 삽교평야는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들판의 가옥들이 수상마을이 되곤 합니다
수로를 타고 흐르는 물을 가두어
논바닥을 갈고 써레질하여 모내기를 하느라
논배미마다 물을 가득가득 채우기 때문이지요
그때를 맞춰 써래질 한 논바닥을 찾아 온 '도요새'들은
뒤집혀진 흙탕물속에서 용케도 먹이를 찾아 먹습니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른벼를 심어 이미 모내기를 끝낸 곳도 있습니다만
지금 들판에는 모내기를 하는 트렉터들의 숨찬 엔진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벌들이 많이 죽어버렸다고 안달하는
양봉농가의 하소연이 엄살이 아닌 듯
아카시꽃이 활짝 피었는데도 벌들의 움직임이 별로 없어 의아합니다
농삿일이 기계화 되면서 농약 살포를
헬기나 드론으로 공중에서 뿌리는 기계작업으로 변경된 것이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의심들을 합니다만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환경의 변화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예산(禮山)은 지명에서도 보듯이
충절과 효를 숭상하며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기로 소문 난 예(禮)의 고장입니다.
금오산과 관모봉, 안락산, 관양산을 삼면에 두르고
둘레 40km의 큰 저수지를 수원지로 하여
드넓은 농경지와 비옥한 산야를 갖춘 예산은
여느 도시처럼 되바라지지 않고 젊잖은 양반의 풍모를 지닌 고장입니다
▲무한천무한천 고수부지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주민들이
충청인의 기질을 닮아 서인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해 보입니다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무심천은
물새들의 서식처가 되기도 하는 모양으로 청둥오리와 거위들이 눈에 띄더군요
인구 7만7천명의 작은 도시인 예산군은
산속으로 도심이 형성돼 있어 큰 길들에서 약간 비켜나 있습니다마는
이 고장만의 특이한 전통과 문화를 지녀
고유의 맛집들과 닷새장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이어져 오고있고
매년 국화꽃이 만발하는 가을철에는
소위 삼국(국화, 국수, 국밥) 축제가 열려 외지인들의 발길을 유도합니다
▲예산읍 행정복지 센터골목길도 예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정다운 모습으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낙후되었다고 생각하는 이 도시에
더본 코리아의 백종원 셰프가 시장의 건물을 개조하여
새로운 음식문화를 창출한 식당 코너를 만들고 상가를 정비했습니다.
1차 오픈을 한 뒤로 코너 운영이 성에 차지 않았던지
다시 한달간의 리모델링 끝에 다시 문을 열어 현재 성시를 이루고 있다 합니다.
그는 전통은 있으면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향땅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옹기종기 복잡하게 붙어있던 건물들은 말끔히 정비하여
막힘없는 도로를 신설했고 녹지와 공원으로 예쁘게 꾸며진 예산군은
이제 더욱 쾌적한 고장이 됐습니다
추사 고택을 비롯한 의좋은 형제 마을, 윤봉길 사당 등
주변의 많은 볼꺼리와 위락 시설들이
이 고장 특유의 유순함과 어우러져 충청인의 기개를 드높이는
유서깊은 고장이 되리라 봅니다
▲천주교 예산 성당
▲예산 장로 교회예산은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겨울 철새인 황새는 내년을 기약하고 북녁으로 날아갔지만
지금은 여름철새들이 무심천을 터전으로 활발한 서식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바쁜 농부들에게는 눈치가 좀 보여도 모처럼 시간을 내어
예당호의 출렁다리도 건너 보고
추사고택의 추사체 글씨와 백송도 만나 본 후
예산 장터에 들려 국밥 한 그릇하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요.
yosaebi45@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