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의 명물 탑정호 출렁다리야경
퇴직기념으로 우리는 1박으로 가볍게 드라이브 하면서 논산여행을 하기로 했다. 평소에 우리는 자주 걷는 편이고 남편은 풋살동호회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편이다. 여행은 그래서 조금 덜 움직이는 방향으로 잡았다. 오후 늦게 도착해 저녁을 먹고 숙소를 잡은 곳은 탑정호가 바라보이는 근처였다. 해가 기울면서 기온이 떨어지니 살짝 춥기까지 했는데 숙소에 들어가니 따뜻했다.
넓은 통유리로 된 창을 통해 탑정호를 바라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 호수를 한 눈에 다 담을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출렁다리에 펼쳐지는 빛의 파노라마는 정말 환상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멍하니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있던 방은 누워서도 호수의 전경을 볼 수 있었는데, 밖에서만 느꼈던 탑정호 출렁다리를 안에서 바라보는 것도 특별했다.
어둠이 깔리기 직전의 출렁다리에 스며든 은색 빛은 거대한 하프위에 떨어지는 보석처럼 보였다. 색감이 다양하게 변하면서 호수 아래 그대로 반영되는 빛들은 마치 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수는 출렁다리의 빛으로 인해 차거나 따뜻하게, 단정하고 화려하게, 집중과 퍼짐으로 모든 감각을 열리게 했다. 피아노건반모양이 나오는가 하면 어느새 꽃이 피고 동그라미와 네모, 전통과 현대의 무늬가 한데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글자가 떠오르며 어떤 단어가 되는 듯 했으나 잘 연결되지는 않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빛의 향연은 더 풍성하고 환하게 퍼졌다.
새벽아침에 다시 보는 호수의 고요한 풍경은 새침하면서 우아했다. 어제의 역동적인 모습은 오늘 밤이 되어야 만날 수 있을 거였다.
우리는 그동안 바쁘게 지내왔던 시간을 돌아보며 서로를 격려했다. 조금 느려진 지금의 시간이 터닝포인트가 되어 앞으로 남은 시간을 잘 사용하기로 했다. 건강하고 재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