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연산면 연산아문(連山衙門) 둘레걷기
가을인가 싶더니 입동이 지났습니다. 한낮의 햇살이 따스하지만, 아침저녁은 꽤 쌀쌀합니다. 짧은 가을볕을 친구삼아 ‘연산아문’이 있는 둘레를 천천히 걸어봅니다.
▲ 연산아문 벤치의 부부
연산아문 뒤로 느티나무 고목은 조선시대 관아를 출입하던 많은 사람을 지켜봤을까요?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고목 근처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연산아문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지 손의 위치를 연신 바꾸며 말합니다. 지역의 유형문화재로 조선 후기의 관아건물 양식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연산아문이 있는 정면을 바라보고 왼쪽으로는 고을의 관찰사와 수령들의 공적비가 돌로 만든 상장처럼 나란히 서 있습니다. 주차된 차가 있어 자세히 볼 수 없지만 희미하게나마 글이나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연산시장을 중심으로 대추축제가 열렸던 흔적이 길을 걷는 내내 눈에 띄었습니다. 연두색이 들어간 부스포장이 접혀 쌓인 곳이 있는가 하면 철로 된 길쭉한 바도 구석 한켠에 자리 잡았습니다. 연산, 하면 대추지만 시장 안에 주황빛 감이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2층 베란다에 곶감이 될 감들이 꽃처럼 걸렸습니다. 지금 바로 공중에 걸린 꾸덕꾸덕 반쯤 마른 반시를 먹으면 달달한 게 말랑말랑 얼마나 맛이 좋을까요. 침이 절로 넘어갑니다.
▲ 정성가득한 화분들
파란 하늘을 올려보다가 아래를 보니 이번엔 나지막한 화분들이 인사를 합니다. 누구의 손길로 저리 예쁘게 꽃을 피웠는지 화분마다 정성이 느껴집니다. 우체국이 바라보이는 골목 사이로 맨드라미도 고개를 내밉니다. 융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느낌 때문에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듯 조심스럽게 만져봅니다.
▲ 융처럼 보드라운 맨드라미꽃
카페 근처에 심어놓은 키 작은 모과나무에 무거운 모과 열매가 매달렸습니다. 노랗게 익으면 더 자기 향내를 풍기면서 어느 가정에서는 모과차를 끓일 것입니다.
▲ 사진을 찍기도 전에 먹어버린 삭힌고추반찬
주문한 순대국밥이 나왔습니다. 삭힌 고추와 편으로 자른 마늘이 양념이 된 반찬을 먹어보고 나서 조금 전의 어르신들이 삭힌 고추를 계속 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국밥 한 번 먹고 그 반찬을 먹었을 때의 궁합이란 정말 직접 맛보지 않으면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 주택가 텃밭의 늦가을 채소들이 싱싱하다.
주택가를 지나면서 대파와 배추·부추·호박이 덩굴을 타고 올라가는 텃밭을 보았습니다. 호박은 늦가을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애호박이 달린다고 했던 어르신들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지금도 새순이 나와 푸르게 초록빛을 뽐내는 호박잎은 바로 쪄서 쌈을 해먹어도 좋겠습니다.
▲ 연산공원 오르는 길
연산공원까지 가보려고 했지만 다음산책으로 미뤄둡니다. 아마도 그곳은 애국지사들의 충혼비가 있어서 또 다른 각별한 마음으로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늦가을 연산아문 둘레걷기,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천천히 깊게 걸어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