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부대동 성공회교회
▲ 천안 부대동 성공회교회
가을 햇살은 보약이라 했던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숨을 들이 내쉴 때조차 순전하고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천안 부대동 성공회 교회로 가는 길은 오래되어 낡고 낮은 집들을 지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 한다. 일 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교회 뒤편으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아파트는 완공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을 지나 좁은 골목을 오르면 예수상이 서 있다. 언제라도 두 팔 벌려 반기며 안아줄 것 같은 모습이다. 올해로 교회 설립 115년이 된 부대동 교회는 초창기 거의 모든 교회가 그러하듯 천안지역의 근대 계몽교육과 선교활동 등으로 지역의 성장과 발전에 영향이 컸다.
▲ 올해로 선교 115주년이 되는 부대동 성공회교회
잠시 들렀던 부대동 교회. 가을 햇살을 받으며 화단의 키 큰 해바라기들이 줄줄이 서 있다. 씨앗이 영글기 위해선 햇살을 추앙해야 하는 해바라기. 그 모습이 공손히 머리 숙여 기도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무와 꽃들은 서서히 계절이 바뀌는 경계에서 한껏 겸손하다. 솟아오른 한여름의 기운을 점잖게 낮춘 자세로 단풍들 채비를 한다. 날씨가 춥다고 가지에 붙은 이파리가 한순간에 툭,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떨어진 이파리는 ‘초록에 지쳐 단풍’이 들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단풍에 겨워 스스로 떨어졌으리라.
정갈하게 정리된 잔디의 푸른빛도 다소 누그러졌다. 그 위의 도열하듯 나란히 서 있는 향나무는 여전히 짙푸르다. 짙푸름을 지키는 향나무의 힘은 무엇일까. 그늘로 들어서면 찬 공기가 훅 다가온다. 짧은 가을 햇살이 점점 더 귀하게 느껴진다.
▲ 천안 부대동 성공회교회
일 년 전, 종신부제서품식이 있었던 성공회 부대동 교회. 부제는 사목을 통해서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는 직분을 받는다. 종신부제의 길은 하느님 나라의 건설 개척자로 서는 길로서 얼마 전엔 두 번째 서품식이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종신부제의 세 번째 네 번째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천안 부대동교회 건축예정인 교구청 공사현장
교회 근처에는 대전교구 교구청이 새로 건설될 터가 있다. 그 건물을 기념하기 위한 기공식도 이미 진행되었다. 교구청이 들어서면 교회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좀 더 체계적이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 마음이 선하고 아름답게 사랑과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기로를 쌓는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함을 절감한다.
▲ 조각상 '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잔디로 깔린 한 곳에 제목이 ‘쉼’인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지나 그 위에 평안히 쉬고 있는 모습. 바쁘고 빡빡한 세상에서 속도를 낮추고 눈을 들어 멀리 보라고 넌지시 건네는 것 같다.